한국일보

미국 성도덕의 현주소와 대통령

2018-05-16 (수)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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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도덕의 현주소와 대통령

남선우 변호사

신문학을 전공했다는 사람이 미국 신문의 최고봉인 뉴욕타임스지가 싫어졌다면 예사 일이 아니었다. 1970년대 중반인지 그 신문이 제 1면 기사로 성관계 연구자들이었던 매스터스와 존슨의 연구기사를 대서특필했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 의사였던 매스터스와 그의 조수였던 존슨 여사의 연구방법은 많은 사람들의 성관계를 연구실의 밀실(?)에서 목격하고 묘사하는 것이었다고 기억된다.

일본 관동군 의무부대의 중국인들에 대한 세균, 성균 투입 후의 추이를 고통스러운 종말까지 약 하나 안주고 관찰하던 생체실험보다는 덜할지 모르지만 정상적인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연구 방법이었다. 모든 성관계와 행위에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없이 기분 내키면 또 상대방이 응하기만 하면 다 괜찮다는 결론으로 구약과 신약에 나와 있는 성도덕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 성도덕의 파괴를 촉진시킨 여러 요소들 중에는 영상예술의 외설화, 플레이보이 클럽으로 대표되는 불륜생활의 일상화, 또 정계, 재계, 언론계 등 사회지도층의 위선적 행태, 그리고 소위 성소수자들의 권리와 자유를 인권보호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선전선동 및 입법부와 사법부의 추인 등이 있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고등학교 심지어는 일부 중학교마저 14, 15세의 미혼모시설이 있는 게 예사가 되었다. 아이들에 대한 성교육에는 도덕관이 전혀 결여돼 있어 “부도덕”이란 말조차 기피되어 온 결과 “성적으로 활동적인” 학생들이란 기막힌 표현이 난무한다.

얼마 전 죽은 헤프너가 세운 플레이보이 클럽들은 유명인사들의 외도장소로 자리매김을 했다. 1960년대 말부터 모범적 TV의 아버지 역할로 명예 박사학위를 줄줄이 받아왔던 빌 코스비가 수십명의 연예 지망생들에게 약을 먹여 성폭행을 했던 장소들 중 단골이 플레이보이 클럽이었으며 수많은 여인들과의 정사를 자서전에서 떠벌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대 중 하나가 플레이메이트였다는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언론계, 정치계, 학계, 종교계 등 분야의 지도자들 중 미투운동 참여자들의 생생한 고발로 성희롱, 성추행 그리고 강압에 의한 성행위 등의 혐의를 받고 고백하거나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다가 쫓겨난 자들의 수는 매일 불어나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가장 최근의 예는 지난 주 사직한 뉴욕주 검찰총장 에릭 스나이더맨이다. 민주당 출신 주상원의원 시절부터 여성권익의 대변자로 이름을 날렸고 검찰총장에 당선되어서는 미투운동을 적극 지지하던 자였던 바, 그와 관계를 가졌던 4명의 여자들에 의하면 그들의 목을 조르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는 등 변태적 성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본인은 “동의하는 어른들” 사이의 성행위였다고 변명하는 모양이다.

트럼프와의 하룻밤 관계를 대선 직전에 발설하지 못하도록 스토미 다니엘스에게 13만달러를 지불한 마이클 코언의 계좌에 2016년 말경으로부터 무려 도합 400만달러가 ATT와 노바티스 제약회사 그리고 한국항공업체 등으로부터 입금되었다는 뉴스에도 불구하고, 펜스 부통령을 포함한 소위 기독교인들이란 그의 지지층이 뮬러 특별수사팀의 트럼프에 대한 조사를 종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아마도 히브리서 13장 4절을 읽어보지 못했거나 잊어버렸거나 한 듯싶다. “모든 사람은 혼인을 귀히 여기고 침소를 더럽히지 않게 하라. 음행하는 자들과 간음하는 자들을 하나님이 심판하시리라.”
북한에 억류되었던 세 명의 김 씨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데리고 워싱턴 부근 공항에 새벽 3시반경 도착했을 때 트럼프 부부가 기내까지 올라가 영접을 한 것을 보면 트럼프는 특검의 수사결과가 무서워 미국민들의 주의를 자기의 외교업적(?)으로 돌리고자 하는 듯하다. 그래서 김정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할 것 같아 걱정이 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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