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칼리성 물 마시면 건강에 정말 좋을까?

2018-05-16 (수)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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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회사들“몸 산성화 막고 독소 제거 질병예방”

▶ 몸은 물 흡수때 기관에 맞게 pH 지수 변화시켜

알칼리성 물을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내용의 광고를 자주 볼 수 있다. 우리 몸의 산성화를 막고 독소를 제거하며 질병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이다. 매일 몇 잔씩 마셔야 하는 것이 물인데, 알칼리성(alkaline) 물에 정말 그런 효과가 있는지, 물이 산성인지 알칼리성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꾸준히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어보았다.

“모두 마케팅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알칼리성 물이 수돗물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증거는 없다. 그 사실을 뒷받침할만한 과학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캘거리 의과대학의 영양사이자 역학학자인 타니스 펜톤 박사는 말했다.

pH 지수는 용액이 산성인지 알칼리성인지를 0~14의 숫자로 나타낸다. 7 아래는 산성, 7 이상은 알칼리성을 나타낸다. 순수한 물은 pH가 7인 중성이지만, 수돗물은 미네랄 함량에 따라 자연적인 변화가 있다. 대부분의 병물은 약간 산성이고, 탄산음료와 주스는 훨씬 더 산성이다.


알칼리성이라고 판매되는 생수는 보통 pH가 8에서 10사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물은 샘이나 지하수에서 나온 것으로서 녹아있는 광물들 때문에 자연적으로 알칼리성이다. 다른 물들은 이온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이온수 기계는 가정용도 판매되고 있다.

알칼리성 물 회사들은 알칼리 물이 에너지를 공급하고 독소를 제거하여 우수한 수분보급 작용을 한다고 막연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어떤 회사들은 이온수가 두통에서부터 암에 이르는 모든 병을 예방하는 만병통치의 생명수라는 식으로 광고한다. 하지만 pH가 더 높은 물을 마시면 몸의 pH 지수를 바꿀 수 있다든가, 그 결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혈액은 pH 농도가 7.4 정도에서 엄격하게 조절되는 한편 위는 pH 1.5에서 3.5 정도로 매우 산성이어서 염산을 분비하여 단백질을 소화하고 음식매개 병원균을 죽인다. 펜톤 박사는 약간 알칼리성인 물을 마시면 위의 염산은 혈액에 흡수되기 전에 빠르게 중성화된다고 말했다.

알칼리성 물 회사들의 자금 지원을 받은 몇몇 연구는 이런 물이 운동선수들의 수화작용(hydration)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그 잠재적 이익은 적었고, 수화성을 향상시키는 더 쉬운 방법은 단지 물을 마시는 것이다.

2016년 펜튼 박사와 동료가 실시한 연구 리뷰에서는 알칼리성 물이나 알칼리성 음식이 암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

작년에 발표된 연구는 식물성 식단과 알칼리성 물을 섭취하면 위산이 식도까지 역류하는 심각한 인후두 역류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의 주요 저자인 뉴욕 펠프스 병원의 후두전문의 닥터 크레이그 잘반은 “환자들이 채식 식단으로 전환하면서 알칼리성 물을 마시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환자들의 회복은 대부분 물 때문이 아니라 식단 변화에서 오는 것”이라며 일단 증세가 호전되면 계속 알칼리성 물을 계속 마실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알칼리성 물로 인한 잠재적 위험의 조짐도 있다. 알칼리성 물을 마신 쥐의 새끼들은 성장 장애가 있었고 심장 근육에 손상을 보였다. 또한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한 마을에 있는 수도 공장에서 실수로 물의 pH를 12로 올렸을 때, 피부 화상이 뒤따랐다는 기록이 있다.

병에 들어있는 알칼리성 물의 pH가 그렇게 높지는 않겠지만 높은 pH가 반드시 더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닥터 펜톤은 “건강에 위험하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알칼리성 물의 광고와 판매는 계속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있지도 않은 건강 효과에 현혹되지 않기를 조언했다.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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