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미회담을 위한 긍정적 신호들

2018-05-10 (목) 김동현 전 존스합킨스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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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을 위한 긍정적 신호들

김동현 전 존스합킨스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좋은 신호들이 연이어 흘러나오고 있다. 4월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선언했다. 판문점 선언은 평화와 전쟁우려 해소에 초점을 두었다.

트럼프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그는 “한국에서 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했고, 한국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은 트럼프에게 돌리고 자신은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하자 ”문대통령이 관대하다“고 말하면서 “평화가 상”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그가 아첨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북미정상회담에 도움이 되는 다른 신호들도 있다. 9일 북한에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풀려나 북한을 두 번째 방문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돌아왔다. 김정은은 핵실험장 폐쇄에 한미 전문가들과 기자들의 입회를 초청했고, 문 대통령은 유엔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IAEA 검열단의 검증을 요청했다. 또한 김정은은 핵과 경제 병진정책에서 핵 개발을 떼어 내고, 경제건설에만 전력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정책변화 결정을 발표했다.


워싱턴엔 북미협상에 대한 회의론자들이 많이 있다. 주로 소위 한국문제 전문가들, 북한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는 아마추어들. 그리고 지나간 행정부의 전직들이다. 트럼프는 이들 전직들을 향해서 북핵문제해결에 실패한 사람들이라고 폄훼한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북한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 좋다는 얘기를 들어 본적이 없다. 도날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북한은 미국매체에 의해서 철저히 악마화되었다”고 한 말은 과언이 아니다.

김정은은 최근에 이렇게 말했다. “미국인들이 우리에 대해서 체질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을 알지만, 우리가 얘기를 계속해 보면, 내가 남한이나 태평양을 넘어 미국에다 미사일을 발사 할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 트럼프가 김정일과 만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됐다. 그러나 단 한 번의 북미정상회담으로 완전한 신뢰가 쌓이고 북한이 수십년간 쌓아온 방대한 대량 살상무기가 단기간에 모두 폐기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따라서 트럼프는 김정은이 우려하는 것들과 함께 그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청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여기에는 체제안전 보장, 평화협정, 관계정상화와 함께, 경제제재 해제 등이 포함된다.

김정은은 한미 합동훈련의 규모 축소, 핵무기를 적재한 미국의 전력자산의 한반도 출동을 멈춰 달라는 요구도 해올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공약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들에 대해서 적절한 보상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외교협상에서는 사용되는 용어와 술어에 대한 개념을 동일하게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협정이나 조약의 문서들은 용어에 대한 정의를 앞부분에서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비핵화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세부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먼 정의를 내리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나 “영구적이며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PVID)를 사전에 정의하고 그 뜻에 동의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회의론자들은 평화협정을 맺으면 주한미군 철수를 바로 가져오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 북한은 현재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2000년 1차 남북정상 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할 경우, 한국통일 이후에도 미군 존속을 허용할 수 있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해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한편 주한미군문제는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이제 우리는 김정은이라는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를 상대로 한다. 그리고 엄청난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상대로 한다. 이번 북미정상 회담은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설사 트럼프가 실패한다 해도 전쟁은 바로 나지 않을 것 같다. 남북이 전쟁을 막기로 단단히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김동현 전 존스합킨스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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