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투’ 수사 이끈 뉴욕 검찰총장, 연인 폭행·학대 의혹으로 ‘낙마’

2018-05-0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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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소속 진보 정치인

‘미투’ 수사 이끈 뉴욕 검찰총장, 연인 폭행·학대 의혹으로 ‘낙마’

7일 사임한 에릭 슈나이더만 뉴욕 검찰총장이 지난해 9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반대하며 열변을 토하고 있다. [AP]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의 강력한 지지자를 자처했던 에릭 슈나이더만(63) 뉴욕주 검찰총장(주 법무장관)이 폭행 가해자로 지목돼 7일 낙마했다.

시사주간지 뉴요커가 슈나이더만 총장의 과거 여성 폭행 및 학대 의혹을 보도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이다.

미투 운동을 촉발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수사를 이끌며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해왔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그는 뉴욕주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치인으로 꼽혀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저격수 역할을 하며 차기 뉴욕 주지사 후보로도 거론돼 왔다.

이날 뉴요커에 따르면 미셸 매닝 배리시, 타냐 셀바라트남 이라는 이름의 여성 2명은 실명을 드러내고 슈나이더만 총장의 행태를 고발했다. 그와 연인 관계였다는 이들은 반복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목이 졸렸다고 폭로했다. 또 보복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외부에 말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셀바라트남은 슈나이더만 총장이 간혹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길 요구하고, 침대에서 자신을 신체적으로 학대했다고 말했다.

폭행은 주로 슈나이더만 총장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벌어졌다. 그는 미행, 도청을 하겠다고 위협하거나, 만약 관계를 끝내려 한다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익명의 다른 두 여성 역시 슈나이더만 총장이 신체적 학대를 가했다고 말했다. 충격에 나가 떨어질 정도로 얼굴을 세게 가격하곤 했다는 것이 이들 여성의 주장이다.

뉴요커 보도 이후 셀바라트남은 성명을 내고 “나 이전에 다른 여성들도 몇 년간 비슷한 방법으로 슈나이더만 총장으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다음번엔 또 누가될지 궁금했고, 뭔가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뉴욕)이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자 슈나이더만 총장은 결국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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