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세, 성과를 내고 있나?

2018-05-07 (월)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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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s That Tax Cut Working Out?

▶ The New York Times 폴 크루그먼 칼럼

이제까지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이 거둔 입법부문의 중요한 승리는 기업과 비즈니스 오너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대규모 감세안 통과가 유일하다.

감세안이 나오자 찬성론자들은 세금인하가 경제성장을 극적으로 가속화하고, 큰 폭의 임금인상을 가져올 것으로 확언했다. 그들은 또한 감세가 올해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인 공화당에게 상당한 정치적 배당금을 쥐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정말 그럴까?
정치적으로 볼 때 이번 감세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한 실패작이다.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임금인상이 거의 없다고 푸념했고, 선거 캠페인에 나선 공화당 의원들은 감세법에 대해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


그래도 혹시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공화당은 아직 뭐라고 단언하긴 이르다고 말하려 들 것이다. 감세법이 효력을 발휘한지 이제 겨우 몇 달이 지났을 뿐이고, 지난주에서야 비로소 감세법이 발효된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경제보고서가 발표됐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이렇다. 감세 지지자들의 약속대로라면 향후 5년, 10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 기업투자가 급증해야 하는데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쯤에서 경제학 이론을 한번 들여다보자.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감세를 비롯해 예산적자 증가를 초래하는 모든 조치는 전반적인 지출 증가와 단기적 경제성장으로 연결된다.(그러나 탐탁지 않은 이번 1분기 보고서의 수치에서는 이런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전반적인 지출을 늘리고 싶다면 기업에 대규모 감세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 대신 트럼프가 이미 공수표를 날렸지만, 미국의 노후된 기반시설 정비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 된다.

게다가 감세에 힘입어 실제로 단기부양 효과가 나온다 해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저금리정책에 눌려 힘을 못 쓸 수도 있다.


미국경제가 이미 완전고용상태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라 경기 과열을 염려한 연준이 점차적으로 이자율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정책 판단이 틀렸다고 우길 수 있지만, 사실 저금리정책의 논리는 트럼프 감세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아니, 기업세 인하의 지지논리는 이로 말미암아 장기적으로 임금인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데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다는 건가?

기업들이 감세로 얻은 이익을 근로자들과 즉각 공유하리라 믿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그런 전례도 없었다.

감세안 통과 직후 근로자들에게 보너스를 준 일부 기업들의 사례를 마치 전반적인 추세인양 다투어 보도한 몇몇 언론사들의 섣부른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기업세 인하의 배경을 이루는 참된 논리는 그 같은 감세가 당연히 투자증가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투자가 점차적인 자본증식을 가져오는 동시에 세전 투자수익율을 끌어내리면서 임금을 밀어 올린다는 논리다.

이런 과정에 대해 두 가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는 장기적으로 임금이 얼마나 오르냐이다. 대부분의 독립적 추산은 완만한 소폭 인상으로 모아 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은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

좀 더 공정하게 말하자면 이 질문에 대해 분기별 보고서는 대답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첫 번째 질문만큼이나 중요한 또 다른 질문은 ‘장기적’이라는 게 도대체 얼마나 긴 시간을 의미하느냐이다.

워싱턴공정성장센터의 그레그 레이서슨이 지적하듯 “임금률(wage rates)이 감세법 이전이 수준에 비해 가파르게 오르지 않고, 투자수익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모든 달은 기업세 감세 혜택이 주주들에게 차곡차곡 쌓이는 달”이다.

예를 들어 이렇게 가정해 보자. 신시아 닉슨 대통령의 집권 2기 동안 감세로 인해 임금이 상당폭으로 올랐지만 그 이후 5년, 혹은 10년 동안 주주들의 배만 불렸을 뿐 임금인상의 폭이 크지 않았다면 이것은 약속과 틀린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주된 임금인상이 2024년 선거이전에 이루어지려면, 해외자본 유입에 따른 비즈니스 투자가 단기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야한다.

말 그대로 거대한 규모의 단기성장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실 GDP(국내총생산)에서 기업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늘어나긴 했다. 그러나 기업투자가 정점을 찍었던 1990년대는 말할 것도 없고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결과를 기대하기 너무 이르다고 우길터인가?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준비를 이제 막 갖추었으니 머지않은 장래에 상당한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인가?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서베이에 따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감세법이 그들의 투자계획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거나 현재 완만한 투자확대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간단히 말해 트럼프 감세가 불러온 효과는 칸자스 주 브라운백 주지사와 부시가 단행한 감세는 물론 요란스레 떠들댔던 지난 30년간의 다른 대형 세금감면과 마찬가지로 거의 실효가 없을 듯 보인다. 거창한 말, 큼직한 약속이었지만 산더미처럼 부풀어 오른 예산적자 이외의 다른 결과를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공화당이 이번 경험을 통해 결과적으로 무엇인가를 배우고, 감세가 마법이 아니라는 깨달음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는 것이라곤 그 같은 사실에 눈감아야 선거자금이 들어온다는 것 밖에 없는 사람에게 이해를 기대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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