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란, 영국인 학자 억류…서방과 ‘핵 갈등’ 고조되나

2018-04-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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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反)트럼프 성향 이란계 학자…영국, 이란에 긴급 확인 요청

이란이 자국을 방문한 '반트럼프' 성향의 이란계 영국인 학자를 억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이란 핵합의 수정을 놓고 서방과 이란이 갈등을 빚는 가운데 벌어져 이란의 억류 의도가 주목된다.

미국 뉴욕에 있는 비영리단체 이란인권센터(CHRI)는 25일(현지시간) 영국 임페리얼대의 아바스 에달라트(컴퓨터공학·수학) 교수가 지난 15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체포·억류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중 국적자로 영국 런던에 사는 에달라트 교수는 학술 워크숍 참석차 이란을 방문하던 중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테헤란에 있는 에달라트 교수의 주거지를 급습해 그를 체포하고 컴퓨터와 노트북 등 소지품을 압수했다고 CHRI는 전했다. 에달라트 교수의 혐의는 알려지지 않았다.

에달라트 교수는 자신의 무죄와 조건 없는 석방을 주장하며 보석 신청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반전 운동가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이란 정책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포함해 주로 이슬람 국가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를 한 이후 미 학회에 논문 제출을 중단했다. 또 미국에서 대이란 제재와 군사개입에 반대하는 운동단체(CASMII)를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영국 외무부는 에달라트 교수의 억류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당국에 긴급 확인을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억류 사태는 2015년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주요 6개국 간에 이뤄진 핵 합의를 폐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으로 조성된 서방과 이란 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이 합의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서방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협상을 '최악'이라고 지적하며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다음 달 12일이 시한인 대이란 제재 유예를 더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이란이 이에 반발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경고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재에 나선 상태다.

현재 에달라트 교수를 포함해 최소 3명의 이란과 영국 이중 국적자가 이란에 억류돼 있다. 에달라트 교수를 뺀 나머지 2명은 모호한 간첩 혐의로 투옥돼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탱크 매매를 둘러싼 영국과의 오랜 분쟁을 이들의 석방과 연계할 수 있다는 추측이 최근 몇 달 사이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1976년 이란은 영국제 탱크 구매 계약을 했지만 탱크를 인도받지 못했다.

2016년에는 이란이 억류 미국인 4명을 석방한 날에 미국이 이란에 4억 달러(4천316억 원)의 현금을 건네 인질 몸값 지급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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