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직’ 文대통령 ‘파격’ 金위원장 케미 주목

2018-04-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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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신중함·진정성으로 승부…김 위원장 ‘깜짝 승부수’ 곧잘 꺼내

‘강직’ 文대통령 ‘파격’ 金위원장 케미 주목

남북정상회담(PG)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루 뒤면 판문점 평화의집에 설치된 정상회담장에서 마주 앉는다.

한반도 명운을 걸고 대좌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성격이나 화법, 협상 스타일 모두 상당히 대비된다는 평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치밀하게 준비하되 결심이 서면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강직한 면모를 지녔다면, 김 위원장은 상대의 예상을 뛰어넘는 승부수를 곧잘 선보이는 대담하고도 파격적 스타일을 가졌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강직’ 文대통령 ‘파격’ 金위원장 케미 주목

◇진정성 바탕으로 우직하게 승부하는 문 대통령 = 문 대통령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널 정도로 신중한 성격이다. 매사에 조심하고 화가 나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한국시간 기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인 만큼 매사에 신중하고 꼼꼼하다. 화가 나도 꾹 눌러 참는다. 항상 자제하고 거친 언사를 보이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그야말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왔다. 지난달 참모들에게는 남북문제와 관련해 "이 문제는 유리그릇 다루듯이 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던 작년 7월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을 통해 이른바 '베를린 구상'을 발표하며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그리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의 도발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집중되는 악화한 정세에 맞물려, 이 구상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더구나 북한 도발에 맞서 미국은 언제라도 예방적 타격에 나설 수 있다는 식으로까지 응수하면서 베를린 구상은 '헛된 희망'으로 치부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일관되게 평화적, 외교적 수단에 의한 북핵 문제 해결에 매달렸다.

김정은 위원장과 가시 돋친 설전을 지속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나, 북한과 순망치한의 관계에 놓여 있다는 비유도 동원되는 전통우방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났을 때도 문 대통령의 대북 기조는 변함이 없었다.

때로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에게 공을 돌리기도 하면서 흔들림 없이 평화외교를 이어갔고, 그 결과 난망했던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세를 신중하게 분석하되 일단 판단이 서면 대화 파트너를 진정성 가지고 집요하게 설득하는 것이 문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라고 참모들은 귀띔한다.
‘강직’ 文대통령 ‘파격’ 金위원장 케미 주목

◇"솔직하고 대담하다"…파격 행보 나선 김 위원장 =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대조적으로 대담하고 파격적인 면모를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국제사회의 맹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6차 핵 실험을 강행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지속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겐 원색적인 표현까지 쓰면서 군사적 긴장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랬던 그이지만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선수단 파견을 제안하는 '반전'을 선보이며 불과 수개월 전까지 전쟁 직전의 상황을 연출하던 모습과는 180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 지난달 5∼6일 평양을 방문한 남측 특사단에는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북한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핵 무력 완성은 북한이 최우선으로 추진해온 과업이었다. 아무리 김 위원장이 절대 권력자라고 해도 이처럼 비핵화를 언급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쉽사리 예측하지 못했다.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대북 특사단은 김 위원장의 화법과 협상 스타일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다"고 평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측 수석 특사였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결과론적이지만, 우리 정부의 특사를 메신저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런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집권 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중국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이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부상하자 몸소 병원을 찾아가 치료 상황을 확인하고 중국대사관까지 찾아가 유감을 표한 것은 정상국가 지도자로서 자신을 각인시키고 남북, 북미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원군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해설이 따른다.

◇스타일 상반된 두 정상…회담장에선 통할까 =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31살 차이다.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1982년생인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보다도 2살 어리다.

일각에서는 스타일이 상반된 데다 나이 차로는 아버지·아들뻘인 두 정상이 회담에서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두 사람은 말 그대로 '국가정상'으로서 대좌하는 것인 데다 사전 당국자 협의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의제를 두고 상당정도 공감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그런 연륜의 격차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김 위원장이 '박운'이라는 가명으로 1993년부터 8년간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한 덕에 서구식 사고에 익숙하고 개방적 감각을 지녔다는 전언이 나오는 것은 회담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스타일은 대비되는 측면이 있지만, 성격이 다른 사람끼리 더 잘 통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라며 "본회담 전 특사 방북과 실무·고위급 회담 등으로 남북이 충분히 교감한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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