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변호사의 고객명단

2018-04-25 (수)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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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변호사의 고객명단

남선우 변호사

요즘 청소년들의 부모들은 TV 뉴스를 보다가 트럼프 이야기가 나오면 리모컨을 찾기 바쁘단다. 마치 ‘지퍼게이트’(Zipper Gate) 추문의 주인공이었던 빌 클린턴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지타운 대학생 인턴과 성관계를 가졌었다는 TV 뉴스가 빈번했던 시절 아이들이 들을까봐 TV 음량을 확 낮추던 부모들을 연상시킨다.

물론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많은 대통령들이 취임식 때 손을 얹고 선서한 성경의 10계명 중 제 7계명을 어겼다지만 주변사람들만 알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의 불륜행각은 클린턴 뺨을 열댓번 치고도 남는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해결사로 역할한 주요 업무가 바로 그 분야였다는 게 점차 드러나고 있다. 코언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의 검은 돈 세탁 등 은행법규를 어겼다는 혐의로 수사대상이 됐기에 뉴욕남부 소재 연방검찰이 코언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결과 그 곳 연방법정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방전만 보아도 그 점이 뚜렷하다.


트럼프의 변호사나 코언의 변호사는 고객과 변호사의 상담내용 비밀원칙을 내세워 검찰이 압수해간 증거물들을 모두 돌려주면 자체 검토나 제 3자의 검토로 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것만 골라 검찰에 제출하겠다는 청원을 했다. 눈 감고 아웅 하는 짓임을 간과할 리 없는 검찰 측은 그들에게 한 치를 양보하면 1마일을 갈 사람들이라면서 검찰청 내부의 다른 팀이 압수물의 검토 분리를 하게 해달라고 응수한다.

킴 바 우드스 연방 선임판사는 코언 측의 청원서를 즉각 배척하지도 않고 동시에 검찰의 내부 검토에 대해서도 유보의견을 제시하면서 쌍방과 전혀 관계가 없는 변호사를 특별 임명하여 검토시키는 것을 고려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러면서 판사는 도대체 코언의 고객들이 몇이냐고 질문한데 대해 딱 세 명이라는 답이 나왔다.

첫째는 트럼프, 둘째는 최근까지도 공화당 재정부위원장을 하던 억만장자로 그와 관계를 가졌던 플레이메이트가 낙태하는 과정에서 160만 달러의 비밀유지 합의서 협상과 체결에 관한 건, 그리고 셋째는 밝힐 수 없다는 답변이라 우드스 판사가 만족할 리 없었다.

판사의 추궁질문에 셋째 고객이 폭스뉴스의 션 해너티라고 변호사가 대답하자 코언에게 입막음조로 13만 달러를 받았던 스토미 대니얼스를 포함한 방청객들에게서 비웃음과 탄성이 들렸다는 보도다.

해너티가 자신의 방송에서 자기는 코언에게 빌을 받거나 돈을 지불한 바가 없이 그저 간단한 문제들만 자문했지만 제 3자와의 관계에 관한 것은 아니라고 사족을 단 것은 코언이 불미스런 여자관계 해결사라는 점을 의식한 때문으로 추측된다.

자신과 코언과의 ‘변호사-고객’ 관계를 밝히지 않으면서 코언에 대한 수색에 대해 연방정부를 맹비난해왔던 해너티의 프로그램이 얼마나 신문방송의 본연의 자세와 동떨어져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다.

더 기막힌 일은 그런 해너티가 트럼프의 ‘그림자 비서실장’으로 켈리 비서실장의 영향력과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최근 보도다. 해너티 프로그램에서 트럼프가 아이디어를 얻고 또 “러시아와의 공조가 없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에 나타나기로 되어 있는 등 두 사람의 정치적 야합은 정상이 아니다.

하기는 트럼프에게서 파면당한 제임스 코미 전 FBI국장이 ‘더 큰 충성’이라는 자서전을 써서 뉴스 프로그램들은 물론 심야의 코미디에까지 나와 트럼프의 대통령 직무수행이 마피아 조직과 흡사하다고 맹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선후사(公先後私)라는 개념조차 없어 보이는 트럼프가 “도덕적인 면으로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코미의 결론은 의미심장하다. 또 러시아 쪽에서 트럼프가 2013년 러시아의 어느 호텔에서의 말로 표현하기도 민망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증거(녹화?) 아니면 재정문제에 있어서 그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증거가 전혀 없을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라는 그의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비정상적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은 언제 어떻게 끝날 것인가?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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