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직도 지갑 꺼내니? 난 몸으로 긁는다!

2018-04-24 (화)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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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맥·목소리·표정으로 ‘생체인증’ 진화, 결제서 차 열쇠·진료까지 실생활에 도입

▶ 해킹·개인정보 노출 등 보안 문제는 숙제

아직도 지갑 꺼내니? 난 몸으로 긁는다!
잘 정돈된 거리 곳곳에 눈만 갖다 대면 햄버거를 살 수 있는 매장이 있다. 아파트 현관문은 보안키를 누르지 않고도 주인을 바로 알아보고 자동 개폐된다. 어릴 적 봤던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이 부지불식간 우리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당시에는 ‘어떻게 이런 미래가 가능하냐’는 생각이 강했지만 지금은 플라스틱 카드로 결제하는 장면을 보면 ‘촌스러움’을 느낄 정도가 됐다.

설마 했던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홍채인식은 물론 목소리·지문·정맥정보까지 모두가 생체인증의 ‘수단’이 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이를 적용하는 시장도 커지고 있다. 용도도 다양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잠금장치나 결제수단은 물론 정맥기술을 이용한 생체인증 자동차 열쇠, 원격 진료·무인 전자처방 등 생체인증 기술이 융합된 서비스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생체인증을 통한 페이먼트(결제)는 이 가운데서도 가장 뜨거운 시장이 되고 있다. 금융권들이 고객 편의를 위해 앞다퉈 생체인증을 통한 간편결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카드는 손바닥 정맥 결제 방식인 ‘핸드페이’를 서비스하고 있다. 손바닥 정맥정보를 사전에 등록, 결제 시 전용단말기에 손바닥을 올려놓기만 하면 카드 결제가 완료된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열어 현금을 찾거나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꺼내는 번거로움이 싹 사라지는 것이다. 전용단말기 설치를 둘러싼 비용 문제 등이 있지만 생체인증 결제가 대세로 가는 길목에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플라스틱 카드나 충전(코인)형 팔찌를 준비해야 했던 워터파크는 생체인증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카드나 현금은 불편하고 충전팔찌도 재충전하거나 남은 잔액을 처리해야 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분실과 도난 위험도 컸다. 그러나 내 몸 전체가 생체인증 수단이 되면서 이 같은 고민도 곧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BC카드는 지난해 ‘본인인증(로그인)·결제’ 방식에 목소리(보이스)를 추가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20여년간 굳건히 자리했던 공인인증서의 우월적 지위를 폐지하고 다양한 사설 인증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간편인증’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생체인증’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한국 내 생체인증 시장은 오는 2020년 2,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생체인증 기술 관련 시장 규모는 2020년 37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인구 대국으로만 알려진 인도의 경우 더 빠르게 생체인증 시장이 확산되고 있다.

인도는 2014년부터 지문·홍채 등 생체정보를 활용한 신분증 ‘아드하르’를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은행계좌 개설, 휴대폰 개통, 혼인신고 등 인도인의 실생활 곳곳에 쓰이고 있다. 인도 정부는 아드하르 덕분에 연금·정부보조금 등의 부정수급을 막아 복지 누수도 한방에 해결했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하지만 생체인증 정보의 확산과 함께 해킹 등 보안사고에 따른 개인정보 노출이나 중앙정부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할 수 있다는 우려는 상존한다.

생체인증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는 보안시장이라는 또 하나의 시장을 만들고 있다. 이기혁 중앙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생체정보를 중앙 서버에 저장, 전송하지 않는 생체인증 국제표준인 파이도(FIDO·Fast IDentity Online) 기술이 더욱 확대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의 허점을 또 다른 기술이 보완하는 것인데 물고 물리는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현실화될지 흥미로움과 함께 약간의 불안이 교차한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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