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 가게는 현찰은 받지 않습니다”

2018-04-24 (화)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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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전역서 카드만 받는 ‘캐시리스’ 비즈니스 확산

▶ 고객은 시간 절약, 업소는 은행 수수료 아껴

지폐나 동전을 받지 않고 데빗 또는 크레딧 카드만 받는 ‘캐시리스’(cashless) 비즈니스가 식당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비스 시간이 빨라지고 각종 비용이 절감돼 고객과 업주 모두에게 유리하다는게 이유지만 은행 계좌나 카드가 없는 경우는 소외될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낳고 있다.

가주와 뉴욕, 보스턴에 28개 매장을 둔 샐러드 레스토랑 ‘텐더 그린스’(Tender Greens)는 올해 들어 일체의 현금은 받지 않고 모든 고객에게 카드 결제만 받고 있다.


주법상 현금도 받도록 돼 있는 보스턴을 제외하고 모든 지점에서 시행 중으로 카드가 없어 식당을 떠나는 일부 손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추진 중이다.

텐더 그린스 측은 “전체 매출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못 미친다”며 “카드 결제시 4~5초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카드사에 따라 25달러 미만은 서명을 안해도 돼 편리하다”고 밝혔다.

텐더 그린스 이외에 LA에 위치한 샐러드 체인점 ‘스위트그린’(Sweetgreen)과 ‘메인랜드 포케’(Mainland Poke), 어바인의 ‘옐로 피버’(Yellow Fever), 드라이 스타일링 업체 ‘드라이 바’(Dry Bar)에서도 현금을 받지 않는다.

타주에서도 캐시리스는 하나의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뉴욕과 시카고에 14개 매장을 둔 캐주얼 멕시칸 음식점 ‘도스 토로스’(Dos Toros)도 올해 들어 전액 카드 결제만 시행하고 있다.

레오 크레머 대표는 “대부분 손님들이 특별한 반응이 없는데 이미 카드로 결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금 고객들도 별다른 불만이 없는데 필요하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캐시 온리’(cash only) 일색이었던 중소형 비즈니스에서 캐시리스는 분명 새로운 변화로 특히 식당들은 이런 변화를 통해 맥도널드나 서브웨이보다 단가가 높은 메뉴를 제공하면서 더 빠르게 서비스하고 있다.

대기시간이 짧아진 것이 대표적인 고객들의 혜택이라면 업주 입장에서는 비용절감에 스트레스까지 덜게 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당장 받은 현금을 은행에 입금하려면 각종 수수료가 들고, 무장 현금 수송 트럭까지 동원한다면 비용은 한층 더 늘어난다.


크레머 대표는 “전체 매상의 10% 밖에 안되는 현금 탓에 매일 시재를 맞추느라 매니저들이 고생했고 비용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에 8개 매장을 둔 ‘에픽 버거’(Epic Burger)도 캐시리스 실험을 했는데 초반에는 고객들의 불만과 함께 매출이 2% 가량 줄면서 고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카드 결제만 받기로 한 이유는 지난 8년간 6건의 강절도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빗 프리드만 대표는 “고객과 직원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후회는 없다”며 “수십건의 위조지폐 사건에서도 자유로워진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에픽 버거는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든 매출이 보존됐는데 은행 수수료와 매주 30차례의 무장 현금 수송 트럭을 사용할 일이 사라진 덕분이다.

한편 최근 ‘캐피털 원’(Capital One)이 2,000명의 소비자를 조사한 결과, 현금을 가장 많이 쓴다는 답변은 21%에 그쳤다. 다만 은행 계좌나 카드가 없는 인구도 상당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2015년 조사에서 900만가구가 은행 계좌가 없다고 답했다.

이들 900만가구 중 60%가 계좌에 넣어둘 돈이 없는 점을 이유로 들었는데 은행이나 카드 시스템의 변화 없이 현금의 범용성만 낮아진다면 저소득층은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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