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저가폰 시장 넘보던 구글, 美中 ‘기술전쟁’에 근심 커져

2018-04-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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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TE와 함께 내놓은 스마트폰 템포고, 美 제재로 미래 불투명
中 업체와 함께 저가폰 시장 노리던 구글, 계획에 차질 생겨

▶ “안드로이드 사용해도 앱 설치·업데이트 등 제한 생길 것”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이 '기술 전쟁'으로 확대되면서 중국 기업에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공급하는 구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ZTE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8에서 저가 스마트폰 '템포고(Tempo Go)'를 공개했다. 이 스마트폰에 경량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고'를 제공하는 구글도 임원을 파견해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템포고는 두 달 만에 위기를 맞았다. 미 상무부가 대북·대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ZTE와 자국 기업의 거래를 7년간 금지하면서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구글의 구상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상으로 제공하지만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수집한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앱을 판매하거나 모바일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 사업 영역에서 경쟁자의 도전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아이폰의 IOS 운영체제를 내세운 애플은 구글과 한정된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 최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도 자체 앱을 통해 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당국의 검열과 규제로 중국 내에서 구글의 수익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지만, 다른 국가에서도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의 입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분의 1은 스마트폰을 사는데 100 달러 미만을 지불한다고 한다.

구글은 저가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여러 중국 업체들과 제휴하고 있다. ZTE의 템포고는 미 시장을 겨냥한 중국 업체의 스마트폰 중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최초의 제품이다. 구글은 가격이 80 달러에 불과한 이 스마트폰에 더 작은 저장 공간을 차지하는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애널리스트 닐 샤는 "템포고는 표준 스마트폰의 기능 중 일부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구글의 앱이 다른 업체에서 만든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며 "그것은 구글에게 스마트폰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ZTE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무료 오픈 소스인 안드로이드의 일부 버전을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구글맵이나 지메일 같은 앱은 스마트폰에 설치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이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라이스의 모 자는 "구글은 언제나 중국 시장으로 들어가길 원했지만 무역전쟁이 계속된다면 중국 회사와 미국 회사가 모두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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