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도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소비자

2018-04-23 (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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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매업체의 교묘한 마케팅 전략

‘필요한 물건만 사야지’하고 매장에 들렀다가 물건을 더 구입하는 경우가 흔하다. 머릿속으론 아무리 굳은 다짐을 해도 손은 이미 당장 필요 없는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소비자는 이미 매장의 교묘한 마케팅 전략에 걸려들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 ‘머니 매거진’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소매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을 알아봤다.

■ 잦은 진열대 변경

분명 지난주에 구입한 물건인데 같은 진열대에서 사라져 버리면 기억력을 탓하기 쉽다. 그러나 기억력이 문제가 아니라 매장 측이 고의로 물건을 다른 진열대로 옮겼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구입한 진열대에서 물건을 못 찾은 소비자는 필요한 물건을 찾기 위해 매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각 진열대의 물건들을 유심히 쳐다볼 수밖에 없다.

결국 계획하지도 않았던 물건을 쇼핑 카트에 집어넣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때가 많다. 경제 전문 매체 인사이더에 따르면 유명 창고형 할인 매장 등 대형 소매 업소에서 진열대 제품을 수시로 변경하는 마케팅 전략을 잘 사용한다.

■ 이해 힘든 유통 기간 표기

오해를 불러오기 쉬운 유통 기간 표기도 소비자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유통 기간 표기를 잘못 이해해 멀쩡한 제품을 버리고 새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음식 제품의 경우 대부분 유통 기간과 유효 기간을 표기하는데 각 매장마다 다른 방식으로 표기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혼동시킨다.

머니 매거진이 ‘연방 농무부’(USDA)의 웹사이트 내용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Best if Used By/ Before’ 표기는 제품이 최상의 맛과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으로 제품의 안전성과는 크게 상관없다.

‘Sell-By’란 표기의 경우 역시 유효 기간과는 상관이 없고 매장의 재고 관리 목적으로 제품을 진열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Use-By’의 경우 소비자들이 조금 더 유의해서 살펴봐야 할 표기다. 제품을 최상의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으로 구입해도 괜찮지만 구입 뒤 보관 방법이 더 중요하다. ‘Use-By’표기의 경우 아기 이유식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클릭 한 번에 ‘구입 완료’


온라인 샤핑몰에서는 소비자들이 업체 측의 충동구매 덫에 더 빠지기 쉽다. 클릭 한 번만으로 물품 구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소비자들이 접속하기만 기다리는 온라인 소매 업체가 늘고 있다. 회원으로 가입할 때 우편 주소지와 크레딧 카드 정보 등만 입력하면 별도의 정보를 입력할 필요 없이 클릭 한 번에 원하는 물건을 주문할 수 있다.

주소지, 크레딧 카드 정보를 별도로 입력하면서 구입 결정을 번복하게 되는 기회마저 빼앗겨 예상보다 많은 물건을 주문하게 된다.

■ 무료 배송

무료 배송 서비스를 받으면 마치 큰 돈을 절약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료 배송을 ‘무료’로 제공하는 온라인 소매 업체는 드물다. 대신 일정 금액 이상을 구입할 경우에만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대다수다.

소비자들은 무료 배송에 현혹돼 불필요한 물건을 온라인 쇼핑 카트에 담는 경우가 많다. 재정 전문가 안드레아 워록은 “무료 배송 서비스를 받으려다 배송료를 지불하는 구입 시보다 불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 무료 반납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입한 제품의 반납을 받아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제 저널 ‘저널 오브 마케팅’(Journal of Marketing)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무료 반납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들의 지출이 서비스 시작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유명 온라인 소매 업체 2곳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약 49개월간 물품 구입 활동을 관찰한 결과 무료 반납 배송 서비스가 실시된 이후 업체 한 곳의 소비자는 1인당 평균 약 620달러의 돈을 물품 구입에 더 지출했고 다른 업체의 소비자 지출은 1인당 평균 무려 약 2,500달러나 증가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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