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北’핵·미사일 실험중단’에 中언론 “대북제재 풀어야”

2018-04-2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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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북제재 완화하고 한미훈련 중단ㆍ축소해야”…신중론도 제기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을 선언하자 중국 관영 매체와 관변 학자들이 미국을 겨냥해 성의를 표시하라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북한의 이번 발표에 상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풀고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 또는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보리에서 힘을 써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한 신중론도 나왔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 총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은 22일 북한의 중대 발표에 대한 평론에서 "북한은 핵보유로 큰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핵포기 문제는 '토끼를 보지 않으면 매를 풀어 놓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확실하게 이익을 볼 전망이 없다면 시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후 총편집인은 "여기서 말하는 토끼는 첫째 국가 안전이고 둘째는 대규모 경제 지원"이라면서 "이 두 가지는 국제사회가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결심이 있어야 실현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중국의 역할에 대해 "우리의 정책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지속하도록 지지해 북한 핵실험 중지가 최종적인 핵 포기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 전면 중지를 공고화하는 게 매우 중요하며 북미는 상호 대화를 해서 다시 격렬한 대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보리에서 일부 대북제재를 취소하도록 건의해야 하며 유엔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 중지를 격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이 이미 일방적으로 정세 완화에 중요한 조치를 했으므로 중국은 이에 대한 답례로 미국에 한미 군사훈련의 규모 축소나 중지를 요구해야 한다"면서 "한미일은 안보리 틀에서 벗어난 일방적인 대북제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뤼차오(呂超)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북한이 명확히 약속하고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밝혔다.

뤼 연구원은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해 미국 또한 대북제재 축소나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유엔 안보리도 대북제재에 대한 재고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반도 정세 진전을 볼 때 유관국들이 평화 추진의 기회를 잡는다면 중국이 제기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이 이뤄질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청샤오허(成曉河)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비핵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러므로 북한은 한국 및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논의하기 위해 비핵화의 세부 사항은 남겨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도 북한의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단 소식을 주요 뉴스를 전하면서 중국 정부 및 세계 각국이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관련 성명을 통해 북한이 한반도 정세에 진일보한 결정을 했으며 이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유엔이 북한의 이런 노력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지지하겠고 밝힌 점과 미국, 한국, 일본, 러시아의 환영 분위기도 전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도 북한이 핵 실험과 ICBM 발사를 중지하겠다고 밝혔으며 중국 정부가 이에 환영 성명을 냈다고 보도했다

반면 북한의 의도에 신중론을 펴는 중국 학자들도 적지 않았다.

판지서(樊吉社)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전략연구실 주임은 펑파이(澎湃)망에 "북한이 외부 제재와 압박에 밀려 양보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피하고자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노선 전환을 스스로 발표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리카이성(李開盛) 상하이 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도 "정상회담 협상이 아닌 내부 회의 형식을 빌린 이번 노선전환 발표는 북한이 '미국의 뜻에 맞춰 춤추지 않겠다'는 것이고 여전히 국면을 자기가 주도하고 싶어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실험 중단을 비핵화 과정의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핵개발 대업을 이미 완성했기 때문에 더이상의 핵실험이 필요하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며 "당장 대북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도 "북미 양국이 서로 높은 수준의 전략적 신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북한은 여전히 최저한도의 핵위협 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추구하면서 다른 문제에서 양보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과 판을 키운 거래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가장 바라는 바는 먼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한 다음 미국의 대북 군사위협 완화, 미국의 북한정권 인정, 남북 전쟁상태 종결, 북미 외교관계 수립의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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