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폭력범죄 전과 이유로 영주권자 추방 못 한다

2018-04-19 (목)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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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대법 “대상 모호” 판결에, 트럼프 “공공안전 위협” 반발

영주권자 등 합법이민자를 범죄전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추방하기는 어려워졌다.

이민당국이 그간 범죄전과 영주권자를 추방하는 법적근거로 손쉽게 사용하던 ‘폭력범죄’(Crime of Violence) 조항을 대법원의 판결로 더 이상 적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합법이민자를 추방하는 법률적 근거가 돼왔던 ‘폭력범죄’(Crime of Violence) 조항에 대해 ‘위헌적 모호성’이 있다고 판시한 지난 17일 연방 대법원의 판결(본보 18일자 보도)이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연방 이민법은 ‘가중중범죄’(aggravated felony)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민자는 강제추방 대상으로 분류하며, 추방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구치소에 강제구금하게 된다. 또, ‘가중중범죄’를 이유로 추방되면 미국 재입국이 어려워져 영주권자 등 미국에 거주하는 가족과의 생이별도 불가피했다.


하지만, 연방 대법원이 ‘가중중범죄’ 범주에 포함시켜온 폭력범죄의 정의와 대상이 지나치게 모호해 자의적인 추방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며 이 조항 적용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려 앞으로 이민 당국은 연방 의회가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새 법을 제정하기 전까지는 ‘폭력 범죄’ 전과만을 이유로 영주권자 등 합법이민자를 강제추방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날 승소한 필리핀 국적 영주권자 디마야측의 조쉬 로젠크란츠 변호사는 “이민당국은 이제 분명한 기준 없이는 영주권자를 미국에서 내몰아낼 수 없게 됐다”며 “무책임한 이민 관료들이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해 집행하도록 연방의회가 법을 만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민당국은 이번 판결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지만 대법원 판결을 수용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18일 톰 호먼 ICE 국장대행은 공식성명을 통해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실망했다”면서도 “대법원 결정을 분명히 준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판결을 ‘공공 안전의 위기’라고 지적하며 의회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판결은 의회만이 신속히 고칠 수 있는 ‘공공안전의 위기’를 의미한다”며 “위험한 범죄자 추방을 가로막는 법적 허점을 의회가 나서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간 이민 당국은 단순 절도나 음주운전 등 등 폭력이 개입되지 않은 범죄전과 영주권자에게 조차 ‘폭력범죄’조항을 확대 적용해 강제 추방을 시도했거나 실제 추방을 집행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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