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직 종업원 억지소송’ 업주들 골머리

2018-04-17 (화)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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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본인 잘못으로 해고·퇴사 후

▶ 엉터리 이유 들이대며 ‘밀린 임금’ 요구

LA 한인타운 내 유명 한인 음식점인 A식당은 최근 업소를 그만둔 라티노 종업원 B로부터 황당한 소송을 당했다.

평소 동료 종업원들과 사이가 안 좋았던 B로 인해 업소 안에서 싸움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계속되자 A식당의 한인 업주가 B를 해고했는데, 이후 B가 식당을 상대로 부당해고 및 미지급 임금 지불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식당 측은 “채용 당시 건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고, 계속 다른 직원들과 불협화음을 내 좋게 내보냈는데, 나간 뒤 마치 우리가 자신의 장애를 이유로 부당해고를 했다고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해왔다”며 억울해했다.

또 다른 한인타운 내 한 식당의 대표도 최근 종업원에게 베푼 작은 배려가 배신으로 돌아오는 억울한 일을 경험했다. 이 업소 측에 따르면 이 종업원이 캐시 레지스터에서 현금을 슬쩍하는 것을 적발한 뒤 경찰에 신고를 하는 대신 업소에서 내보냈는데, 나중에 밀린 임금을 달라며 소송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업소 측은 “경찰 리포트가 있었으면 반박이라도 하는데 증거 자료가 없어 억울하지만 합의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한인사회에서 요식업체나 의류 관련 업계 등을 중심으로 퇴사를 한 종업원들이 각종 노동법 규정들을 걸어 억지 소송을 무차별적으로 제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이어서 한인 업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이같은 노동법 소송 가운데 상당수는 동일한 변호사에 의해 제기되고 있고, 특히 이미 업소를 그만둔 전직 직원들을 무더기로 동원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근로자 권익 찾기 목적보다는 일부 변호사들의 합의금을 노리고 제기하는 무분별한 억지 소송이라는 의혹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인 노동법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처럼 최근 한인 요식업소 등을 상대로 전·현직 종업원들이 근무 당시 노동법 위반을 명목으로 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데 이로 인해 상당수의 업소들이 운영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과 식자재 값 인상, 그리고 치솟는 렌트비 등에 이어 노동법 소송까지 제기되자 실제로영업을 그만두는 것까지 고려하는 업주들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노동법 자체가 종업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원고(종업원)의 경우 변호사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고 재판에서 승소할 경우에만 배상금을 변호사와 배분하는 ‘성사 사례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지만, 피고(대체로 업주)는 변호사 비용이 자기 주머니에서 고스란히 나가 재판을 오래 끌수록 금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대다수인 상황이다.

이로 인해 노동법 소송을 당한 업주의 대부분은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고 측과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고 분쟁을 종결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스시 레스토랑의 경우 한 명의 변호사가 전·현직 종업원 6명을 대리해 ‘오버타임 미지급’, ‘임금명세서 제공 위반 및 현금 지급’, ‘휴식시간 미보장’ 등의 이유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법 전문 엘리엇 김 법률그룹의 김윤상 변호사는 “노동법 소송을 당해 상담을 의뢰해 온 대부분의 고용주들은 ‘정말 잘해 줬는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인다”며 “업주들이 직원들에게 잘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동법을 근거로 잘 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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