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2018-04-12 (목) 김동현 전 존스합킨스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작게 크게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김동현 전 존스합킨스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한반도 정세가 숨 가쁘게 돌아간다. 남북 간의 예술 공연교류 뿐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관련국들 간의 정상회담들이 줄줄이 예정 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고, 트럼프도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했다.

최근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한반도 문제에서 잠시나마 소외감을 느끼던 중국은 단숨에 중심적 역할을 회복하고 앞으로 판세를 좌우할 기세이다. 그 만큼 북한을 둘러 싼 관련국들의 역학관계도 복잡해졌다.

문 대통령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되면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열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의 푸틴과 김정은의 회담 개최 가능성도 보도되고 있다. 한편 일본의 아베도 북일 정상회담을 추구하고 있다.


곧 개최될 남북정상회담에서 최종적 비핵화 해결방안은 기대할 수 없다. 북핵문제는 남북 간의 문제일 뿐 아니라 북미관계, 또한 국제사회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핵문제는 남측이 아니라 미국하고만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금껏 주장해 오던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된 한국의 역할을 인정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진전의 첫 단초가 될 수 있다.

한국은 현재까지 남북, 한미, 한중 간의 의견조율과 협력을 아슬아슬하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역할은 단순한 중재자가 아니라 핵심 이해 당사국으로서 직접 협상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한동안 전쟁의 으름장을 놓던 북미 두 나라가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한편 북미협상에만 한국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따라서 그 후에 올 수 있는 한국을 포함하는 3자 또는 6자 등 다자간의 협상에 직접 참여, 조정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불신과 부정적인 시각은 불행한 경험과 현 시점에서 추측해보는 북한의 의도를 기준으로 한다. 트럼프에 대한 경고는 다양하다.

1.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동등한 협상 상대로 인정한 다음 놀아 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론: 트럼프의 판단력을 믿어야 한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

2. 북한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요구하고 비핵화가 아니라 군축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반론: 대화의제 자체가 비핵화다.)

3. 북한은 어떤 약속도 지키지 않을 것이다. (반론: 과거 약속 파기에는 미국에도 일부 책임이 있었다. 검증조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

4.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북한은 동결까지를 비핵화로 보고 비핵화를 한다면,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반론: 비핵화란 용어는 협상 시작부터 분명히 정의해야 한다. 6자 회담에서 사용했던 비핵화(denuclearization) 보다는 94년 제네바 핵협정 때 사용한 철폐(dismantlement)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북한은 제재 압력의 효력을 약화시키려 한다.(반론: 제재수단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쥐고 있다. 미국은 제재압박의 수위를 낮추지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이 변할 수 있다. 유엔 결의안의 목표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다는 것이었다.)

6. 북핵 협상은 질질 시간을 끌어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북한은 시간을 벌어 결국 핵미사일을 완성하려는 속임수다. (반론: 비핵화 합의 도달 보다 합의이행 및 검증과정이 더 오랜 시간을 소요할 것이다. 하지만, 최고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북한의 핵무기의 철폐와 처분 시한까지도 합의할 수 있다.)

7. 북한은 제재압력과 내부 봉기로 어차피 붕괴될 텐데 협상할 필요가 없다. (반론: 지난 20여년 간 거론된 붕괴론은 맞지 않았다. 한국의 보수정부들은 북이 1-2년 내에 무너질 것이라고 워싱턴에 말해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전략적 인내였다.)

8. 북한은 북미회담을 통해서 한미 사이를 이간시키고, 한미동맹을 파괴하려는 것이다. (반론: 한미동맹의 강화 유지는 한미 양국에 달려있다. 요즘 북한은 통미봉남 보다 남한을 통해서 미국에 접근하려고 한다.)

<김동현 전 존스합킨스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