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통기한 9개월 지난 북어국 버젓이 진열…LA 한인타운 6개 전매장 적발

2018-04-11 (수) 12:00:00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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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동국수·라면·고추장 등 품목 다양

유통기한 9개월 지난 북어국 버젓이 진열…LA 한인타운 6개 전매장 적발
유통기한 9개월 지난 북어국 버젓이 진열…LA 한인타운 6개 전매장 적발
유통기한 9개월 지난 북어국 버젓이 진열…LA 한인타운 6개 전매장 적발

9일과 10일 LA 한인 마켓들에서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유통기한이 2017년에 끝난 식품들.


샌타클라리타에 거주하는 한인 이모씨(31)는 주말인 지난 7일 장을 보기 위해 한인 마켓에 들러 냉동 국수와 간편 조리식품 등을 샀다. 집으로 돌아와 구매한 냉동 국수를 조리하려던 이씨는 제품 포장지에 적힌 유통기한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제품의 유통기한이 2018년 2월20일로 찍혀 있었던 것이다. 유통기한이 한 달 반이나 지난 제품이 매장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씨가 제품을 구입한 마켓 측에 항의 전화를 하니 마켓 관계자는 “물건이 많아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미처 처분하지 못했다. 즉각 환불 조치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는 “대형 한인 마켓에서 이렇게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만약 기한을 확인하지 않고 먹었다가 탈이라도 났으면 어떻게 보상을 할 것인가”라며 분개했다.

이처럼 한인 마켓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류가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것을 구매한 적이 있는 한인들은 비단 이씨만이 아니다. 남가주 지역 한인 마켓들에서 이러한 경험을 했다는 한인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본보가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LA 한인타운 지역에 위치한 6곳의 한인 마켓들에서 냉동 제품과 인스턴트 식품류 등 일부 제품들의 유통기한을 무작위로 확인한 결과 이들 중 한 곳도 빠지지 않고 모든 마켓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류들 중에는 냉동 만두는 물론 즉석 조리식품, 라면, 양념 등으로 다양했고, 유통기한이 적게는 하루 이틀에서 많게는 수개월이 지난 것도 있었다.

한인타운 내 한 마켓에서는 유통기한이 3월25일로 2주일 넘게 지난 냉동만두 제품이 매장에서 그대로 팔리고 있었고, 또 다른 마켓에서는 유통기한이 2월26일인 인스턴트 식품류와 2월25일로 찍혀 있는 일본 라면 등이 매장에서 발견됐다.

또 다른 한인 마켓에서는 유통기한이 하루 지난 고추장 제품에서부터 날짜가 2017년 11월12일로 찍힌 라면 제품도 판매되고 있었다.

이밖에 다른 마켓은 더 심해 유통기한이 2017년 10월18일로 찍힌 간장 제품에서부터 9월21일로 찍힌 소금 제품 등도 발견됐고, 심지에 즉석 북어국과 같은 간편 조리식품의 유통기한이 2017년 7월13일로 무려 9개월여나 지난 제품도 버젓이 매장에 진열돼 있는 마켓도 있었다.

이처럼 현재 LA 한인타운 내 한인 마켓들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채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제품들은 마켓에 매장에 진열된 일부 제품일 뿐 매장 전체를 전수 조사할 할 경우 훨씬 많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들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상당수의 한인 소비자들은 한인 마켓들이 이 사실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들을 슬쩍 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실제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관련 글을 올린 한인 네티즌은 “한인 마켓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에 스티커를 붙여 날짜를 교묘하게 가린 것도 본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유통기한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 연방법의 경우 대부분의 식품에 대해 ‘판매 기한(Sell by date)’이나 ‘품질 보증 기한(Best by date)’의 표기를 권장할 뿐 강제 규정이 없다는 것이라고 식품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재 연방 식품의약국(FDA)의 관련 지침에 따르면 연방법으로는 유아용 분유만 유통기한 규정이 엄격이 적용되고 있을 뿐, 다른 식품류에 대해서는 별도의 강제 규정이 없으며 일부 주정부들만이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인 소비자들은 “앞으로 장볼 때마다 모든 제품의 유통기한을 철저히 확인해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불안한 마음을 전하며 “한인 마켓들은 한인들이 식재료를 믿고 구매하는 만큼 매장 내 제품의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유통기한을 속이거나 하는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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