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중 “네가 더 아플 것” 동상이몽

2018-04-0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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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두벨트’트럼프 지지 단단

▶ 무역전쟁 아닌‘메주콩 전쟁’

미·중 “네가 더 아플 것” 동상이몽

중국 장쑤성 난퉁항에서 브라질산 수입 대두들이 하역되고 있다. <연합>

미국과 중국 간‘무역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대두가 향후 판세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픈 부분을 노리며 수입산 대두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정작 이 카드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측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파낸셜타임스는 7일 ‘대두전쟁: 중국은 트럼프가 아파할 곳을 치려 한다’는 제목으로 대두가 향후 양국 무역전쟁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했다.

■고기 찾는 중국인…돼지사료로 대두 수요 폭증

대두는 간장, 된장 등의 원료로 쓰인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주로 가축 사료에 쓰인다. 대두는 고단백인 데다 지방까지 풍부해 축산업자들이 돼지 사육에 애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내 대두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대두 생산량은 세계 전체의 4%나 될 정도로 많지만 중국 내에서는 불과 6주면 모두 소비된다. 중국으로서는 대두 대부분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연간 수출되는 미국산 대두 220억 달러어치의 56%를 중국이 쓸어간다. 미국산 대두 수입량은 20년 전 연간 50만t에서 지난해 9,600만t으로 급증했다.

■트럼프 ‘표밭’ 겨냥한 대두 관세

대두 생산 벨트는 중부인 일리노이주, 아이오와주, 미네소타주, 네브래스카주부터 남쪽 아칸소주에 걸쳐있다.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텃밭’이다. 신문은 중국이 대두를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과 농촌 지지자의 사이를 틀어놓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어 유권자 동향에 어느 때보다 민감한 상황이다.

지난 4일 중국이 대두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실제로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곧바로 부셸(곡물량을 세는 단위)당 40센트 하락했다. 일리노이에서 대두 농사를 짓는 빌 와이크스는 “이는 500에이커를 가진 농부가 수십 분 만에 1만2,000달러를 손해 본 것을 뜻 한다”며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했다.

■‘대두 벨트’ 농민은 트럼프 지지

다만 아직 ‘대두 벨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등을 돌리는 움직임은 크게 감지되지 않고 있다. 와이크스는 “관세 폭탄 위협은 단지 술책일 뿐”이라며 “트럼프는 이를 협상 도구로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폭탄이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 회의적이었다.


정치 전문가인 존 그린은 “이 지역 유권자들은 설령 자신들에게 경제적 해가 생길지라도 ‘더 공정한 무역을 위해 외국을 때린다’는 트럼프의 상징적 목표를 지지한다”고 분석했다.

■중국도 타격 불가피…“돼지고깃 값 올라 정치 불안 초래”

중국도 심각한 정치적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무엇보다 대두 공급선 때문에 곤란을 겪을 전망이다. 세계 대두 생산의 90%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책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아르헨티나의 품종은 중국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산의 대안은 브라질산이다.

문제는 중국이 브라질산 대두에만 기댈 경우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산 대두가 미국산의 유일한 대안이 되면 결국 브라질 농부들이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는 결국 중국에 잠재적인 정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대두 가격 상승은 고깃값과 석유 가격 인상 등으로 전가될 수 있고,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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