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 환경청장 또 구설…이번엔 경호비용으로 32억원 ‘펑펑’

2018-04-07 (토) 09: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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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례없는 위협에 특별 경호” 해명…트럼프도 트위터로 ‘옹호’

각종 비위 의혹이 잇따르고 있는 스콧 프루잇 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이 이번에는 자신의 경호 등에 수백만 달러의 공금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AP통신은 7일 EPA 관계자 증언과 내부 서류 등을 인용해 프루잇 청장이 지난해 2월 취임 후 경호와 여행 비용으로 300만달러(32억원)가량을 썼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PA는 프루잇 청장의 경호를 위해 20명으로 구성된 풀타임 요원들을 고용해야 했다. 이는 전임 청장 경호 요원 인원보다 3배 이상 많은 규모다.


특히 취임 초 3달 동안에만 무려 83만2천달러(8억9천만달러)를 경호비로 쏟아 부었다. 당시 36명의 요원과 경찰관이 프루잇을 붙어 다녔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작년 6월 이탈리아 출장 때는 9명의 요원을 대동한 바람에 12만달러(1억2천800만원) 이상이 지출됐다.


경호비는 프루잇이 환경 범죄 조사관 등을 따돌리며 캘리포니아로 가족여행을 떠날 때 등에도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한 윌콕스 EPA 대변인은 "프루잇 청장과 가족에 대한 전례 없는 위협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호는 정당하다"며 "다른 탑승객과 분리되기 위해 비행기 1등석을 타는 게 그런 예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 대해 AP통신은 "미국 내 각 주와 법원 기록을 모두 살펴봐도 프루잇 청장을 위협하다가 체포된 이는 하나도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프루잇 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EPA 수장으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마련한 온실가스 배출 억제 등 각종 환경보호 정책을 뒤집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프루잇 청장이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주도했다는 점 때문에 미국 야권은 물론 국제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심한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프루잇 청장은 이미 여러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취임 후 6개월간 에너지 업계 로비스트 스티븐 하트 부부가 소유한 워싱턴 아파트를 주변 시세의 3분의 1 가격에 못 미치는 하루 50달러(약 5만3천 원)에 빌려 사용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또 프루잇 청장은 작년 11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독려하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모로코에 갔을 때 출장 비용으로 약 4만 달러(4천280만 원)의 공금을 써 논란이 됐다.

지난 2월에는 프루잇 청장이 과거 화석 연료업계와 환경규제 완화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이메일이 공개돼 유착 의혹을 샀다.

이에 존 켈리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과 다른 백악관 참모들마저 프루잇 청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을 지난 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프루잇 청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위터를 통해 "프루잇은 용감한 행동 때문에 목숨이 위협당하고 있다"며 경호 비용 지출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지난 6일에도 "대단히 잘하고 있지만 (언론에) 포위당한 채 공격받고 있다"고 하는 등 연일 프루잇 청장을 감싸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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