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망의 꽃 ‘우담바라’

2018-04-06 (금) 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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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시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하였다. 4월은 사방에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면서 향기가 진동하는 계절인데 왜 그런 표현을 하였을까. 그 이면에는 황폐함과 고통, 피로 얼룩진 죽음이 도사리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에서 부활한 것처럼 죽음 뒤에는 반드시 새로운 생명의 재탄생이 있었다는 점에서 4월이 꼭 잔인한 달이라고만 하기 어렵다.

한국의 4월은 잔인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가 희망으로 변화했다. 1960년 4.19일, 이승만 독재정권의 장기집권 기도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자 이에 전국의 학생들이 힘을 모으면서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이를 진압하기 위한 당국의 발포로 약 200명의 사망자, 6,300명의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거리는 온통 피바다가 되었다. 급기야 이를 이기지 못한 대통령이 하야하면서 시민들의 거대한 시위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 하나 4월의 잔인함은 2014년 4월16일 진도 팽목항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건이었다. 찬란한 봄에 꿈에 부풀어 수학여행을 떠나던 학생 300여명이 졸지에 바다에 떼죽음을 당하는 어이없는 참사였다. 이들의 비극적 죽음은 당국과 관계기관, 그리고 어른들의 잘못된 관행과 부조리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되고 있다.


70여 년간 얼어붙었던 한반도도 이번 4월이 완전히 해빙무드로 돌아서는 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평창 동계올림픽 전 북한의 병사 오청성이 자유를 찾아 판문점을 넘어오다 총을 맞고 쓰러져 있는 것을 남한 측에서 긴급 후송해 총알제거 수술을 통해 생명을 건져주었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 병사는 평창올림픽을 관람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병사의 소식은 한반도에 새 희망이 되고 있다.

실제로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한예술단의 남한 방문에 이어 이번 평양예술단 공연에 남측에서는 북한에서 좋아하는 가수 서현의 사회로 조용필과 이선희, 강산에, 백지영 등 11팀이 참가해 남한에서 누리는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우리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며 손을 높이 들고 함께 율동하면서 피날레를 장식, 이번 공연은 남북이 진정 하나 되는 감동의 역사적인 한 장면이 되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이 기립박수로 환호하면서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하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날 남북합동 예술단 공연은 깊은 울림과 함께 역사상 유례없는 화해무드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김정은은 이날 “가을에는 결실을 맺고 서울에서 공연을 하자”고 화답했다. 이것은 바로 남북한 통일이 한걸음 바짝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남과 북 우리는 같은 피를 나눈 한 동족이다. 그럼에도 이제껏 서로를 적대시하고 등진 채 살아왔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의 여러 희소식들은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될 수 있는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또 남북정상회담도 예정돼 이번 4월은 한민족 모두를 더욱 흥분시키고 있다.

지금 한국은 진해 등 두 지역 사찰과 서울 어느 서점에서 전설의 꽃 ‘우담바라’가 활짝 피어있다고 한다. 3,000년에 한 번씩 피는 우담바라는 부처가 죽고 나면 그 영혼에서 피어난다는데 나라에 위대한 인물이 태어난다는 의미여서 매우 귀한 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생에 한번 볼까 말까한 꽃이 피어났으니 지금 한국은 오가는 사람마다 우담바라를 찍으면서 이 해가 ‘행운의 해’ 라고들 모두 감격해한다고 한다.

김정은은 이번에 “남측의 공연이 남과 북에 평화의 봄을 불어왔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한반도에 실제로 그런 행운의 날이 언제쯤 올까.

<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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