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캘리포니아 중학교 개명 놓고 현지 일본·중국계 대립

2018-03-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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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계…”일본계 2세 ‘야마모토’, 진주만 공격 ‘야마모토’ 연상시킨다”

▶ 일본계…”미국 위해 싸운 영웅, 일계라는 이유만으로 강제수용 행위와 같다”

캘리포니아 중학교 개명 놓고 현지 일본·중국계 대립

진주만 공격을 지휘한 야마모토 이소로쿠[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있는 중학교 이름을 바꾸는 문제를 놓고 현지 일본계와 중국계 교포들이 대립하고 있다.

중학교 이름 개명 후보로 일본계 2세인 프레드 야마모토(작고)의 이름이 오르자 중국계를 중심으로 학부모 일부가 "진주만 공격을 지휘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 1884년~1943년)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을 연상시킨다"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사회에 기여한 인물의 이름을 공항이나 학교 이름에 붙이는 경우가 많다. 일본계 2세인 야마모토는 팔로알토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차대전 중 일본인 강제수용소에 수용됐으나 이후 미군에 입대해 유럽 전선에서 전사, 은성무공훈장을 받았다.


팔로알토 교육위원회는 지난 13일 공모를 통해 수집한 1천600개 이상의 새 이름 후보 중에서 야마모토를 포함한 8개를 후보로 선정, 발표했다. 교육위원회는 27일 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학교 이름을 결정할 예정이다.

야마모토가 8개 후보에 포함되자 중국계를 중심으로 일부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야마모토의 성이 일본군의 진주만 폭격을 지휘한 야마모토 이소로쿠와 같아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팔로알토 교육위원회에는 100통 이상의 항의메일이 배달됐다. 인터넷 탄원서에도 900명 이상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일본계 현지인들도 중학교의 새 이름으로 야마모토를 지지하는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들은 후보로 오른 야마모토와 진주만을 공격한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야마모토는 일본인에게 많은 일반적인 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강제수용 당하고도 미국을 위해 싸운 영웅"이라며 지지 서한과 서명을 교육위원회에 보내고 있다.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후보에 오른 야마모토를 야마모토 이소로쿠와 연관 지어 배제하는 건 야마모토가 일본계라는 이유만으로 적국 일본과 연계시켜 강제수용소로 몰아넣은 2차 대전 중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3일(한국시간 기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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