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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플러스 사이즈 의류’

2018-03-22 (목)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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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여성들 사이즈 16 입는데, 패션업계 기피로 구입 어려움

▶ 몸집 큰 여성들 타겟으로 한, 온라인 업체 창업 크게 늘어

온라인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플러스 사이즈 의류’

플러스 사이즈 패션 소매사이트 디아(Dia & Co)를 공동 창업한 나디아 부자와 사장. 그는 플러스 사이즈 옷 구하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이를 비즈니스 기회로 삼았다. [Erin Patrice O‘Brien - 뉴욕타임스]

온라인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플러스 사이즈 의류’

디아 & Co의 뉴욕 본사. 사이즈 14 이상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스타일리스트가 의상을 골라주는 업체이다. [Erin Patrice O’Brien - 뉴욕타임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나디아 부자와는 플러스 사이즈 옷을 샤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다. 그러던 중 비즈니스 스쿨에서 공부하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상업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원 졸업 1년 후 부자와는 비즈니스 스쿨 동창인 리디아 길버트와 함께 개인 샤핑 도우미역할을 하면서 시장 조사에 나섰다. 상당한 기회가 있다고 본 그들은 지난 2015년 온라인 소매 사이트 디아 & 코(Dia & Co)를 시작했다. 사이즈 14 이상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스타일리스트가 개별적 취향을 고려해 최대 5벌의 옷을 제공하는 것이다.

“소매업을 직업으로 가지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하지만 내 경험을 공유하는 여성들이 수백만에 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분야로 들어섰지요.”


플러스 사이즈를 입는 많은 여성들 공통의 문제와 관련해 자신이 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느꼈다고 부자와는 말한다.

큰 사이즈 여성 옷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패션업계에 깊이 뿌리박힌 스티그마에서 유래한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특정 사이즈 이상의 의상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거나 그런 요청을 받아도 거절한다.

아울러 큰 사이즈 옷은 제조상의 어려움도 있다. 사이즈 2부터 12까지는 단순히 크기만 조정하면 되는 문제이다. 하지만 그보다 큰 사이즈는 체형의 비례가 달라져서 패턴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옷감이 더 들어가니 생산비가 올라가는 문제도 있다.

플러스 사이즈 전문 온라인 사이트인 엘로키(Eloquii)의 사장으로 의류업 전문가인 마리아 체이스는 “디자이너들과 수많은 회의를 해보았지만 대화 중에 플러스 사이즈 고객이 등장한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플러스 사이즈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관련 상품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안 순간 그는 마음을 정했다고 말한다.

국제패션 디자인, 테크놀로지 및 교육 저널에 발표된 2016년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보통 여성들은 사이즈 16이나 18을 입는다. 그런데도 연 1,12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의류시장에서 플러스 사이즈 의류 구매를 위한 지출은 16%에 불과하다. 해당 물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커지는데 관련 비즈니스는 커지지를 않고 있다”고 소매업 애널리스트인 마샬 코헨은 말한다.


이런 현상에 최근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뒷전으로 밀려있던 시장에 대한 관심이 치솟고, 포용을 강조하는 패션업계의 분위기가 겹쳐지면서, 새로 창업하는 소매업자들은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좋은 기회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 플러스 사이즈를 파는 업체뿐 아니라 대여하는 온라인 비즈니스도 성장세이다. 저렴한 가격의 옷들에 집중하는 업체들이 있는가 하면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만 취급하는 업체들도 생겨나면서 이들 사이트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거대 소매업체들 역시 플러스 사이즈 부문을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마트는 3월 다양한 사이즈의 옷을 모두 파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모드클로스(Modcloth)를 매입했다. 스티치 픽스(Stitch Fix) 등의 전자 상거래 사이트들 역시 큰 사이즈 옷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대 소매업체들은 고객들이 원하는 개인적 친밀감이 떨어진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월마트나 아마존이 무시무시한 경쟁 상대가 될 수는 있지만, 이들 고객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기업을 원해요. 아무한테나 팔기만 하는 업체가 아니라.”라고 코헨은 말한다.

그래서 새로 창업하는 소매업체들은 고객들의 이런 필요를 충족시켜 주려 애를 쓴다. 테크 창업자인 크리스틴 헌시커와 프린스턴의 컴퓨터공학 교수인 자스윈터 팔 싱은 가입자 대상 의류 대여 서비스업체인 그와이니 비(Gwynnie Bee)를 시작했다.

“시장 규모와 필요를 보고 의류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헌시커는 말한다.

그와이니 비는 사이즈 10~32의 여성들에게 정기적으로 옷을 보낸다. 가입자는 옷을 입고 나서 세탁할 필요 없이 그대로 회사로 돌려보내면 되고 회사 측은 다시 새 옷들을 보내준다. 고객이 어떤 옷이 특별히 마음에 들면 매입할 수도 있다.

한편, 플러스 사이즈 전문업체인 엘로키는 원래 리미티드가 소유한 전통적 소매업체였는 데 지난 2013년 리미티드가 그 브랜드를 폐쇄했다. 이를 현 회장이자 창업자인 존 아우어바크가 사들여 전자상거래 업체로 만들었다.

플러스 사이즈 비즈니스는 대부분 온라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실험삼아 실제 매장을 갖추는 기업들도 있다. 엘로키는 시카고, 콜럼버스(오하이오), 워싱턴에 매장을 열었다.

플러스 사이즈 의류 매장 대부분은 고객들에게 기분좋은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한 가지 문제로 지적되었다. 아울러 보다 큰 문제는 물품을 확보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플러스 사이즈 의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기는 했지만 업체들은 제조사들이 움직이기를 손 놓고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

지난 2월 뉴욕 패션 주간, 디아 & Co는 디자이너들이 플러스 사이즈에 관심을 갖도록 촉구하기 위해 뉴욕타임스에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그 결과 2개 디자이너 브랜드가 플러스 사이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울러 디아와 그와이니 비 등의 업체들은 의류 디자인과 패턴 디자인에도 직접 나서기도 했다,

플러스 사이즈 판매업체들 대부분은 주로 저렴한 가격의 의류를 취급한다. 그러다 보니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의 큰 사이즈를 찾는 사람들은 물건을 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지난해 8월 시작한 것이 11 오노레(11 Honore)이다.

공동 창업자인 패트릭 허닝과 캐스린 레처는 자신의 엄마들이 큰 사이즈의 고급 브랜드 의상을 찾지 못해 애를 먹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플러스 사이즈 제작이 일상화해서 언젠가는 플러스 사이즈란 단어 없이 여성 의류로만 불리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관련업체들을 말한다.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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