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혁신으로 힘차게 도약하는 중국

2018-03-22 (목)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작게 크게

▶ 알리바바 및 텐센트 주도, 미국에 견줄 기술강국으로

▶ 혁신 지향의 CEO들 맹활약


중국이 인터넷 대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주도와 벤처 캐피털 투자 열풍에 힘입어 카피캣 경제라는 오명을 벗고 미국과 견줄만한 기술 강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전 세계가 드론 개발의 격전을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2016년 11월 DJI로 잘 알려진 ‘다장 이노베이션스 사이언스 테크널러지’(Da-Jiang Innovations Science and Technology)는 매빅 프로라는 킬러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매빅은 1.6파운드밖에 안 되는 중량을 가진 책가방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소형 드론이다. 하지만 비행 거리가 4마일이나 되며, 수백피트 높이에서 고해상도의 4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다.


최신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고 있어 드론이 목표물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다. 공중 장애물을 감지해 피할 수 있고, 방전이 되기 전에 자동으로 출발지로 복귀할 수도 있다.

DJI 임원들은 대단한 제품을 개발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팔릴 것인가였다. DJI는 중국 내에서조차 인지도가 낮았다. 게다가 매빅은 주류 고객 층을 겨냥해 출시한 첫 제품이었다. DJI는 유사한 장비들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몰려든 미국과 유럽의 쟁쟁한 경쟁자들과도 맞서야 했다. 라이벌들은 22년 역사를 가진 프랑스 가전 제품 제조업체 패럿 Parrot,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킥스타터에서 1,500만달러 자금을 유치한 실리콘밸리 창업기업 릴리 로보틱스, 초소형 액션 캠 제조업체 고프로 등이었다. 어떻게 DJI 기술이 서구의 최고 기업들을 대적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격전이라 할 것도 없었다.

DJI 사장 로저 뤄 Roger Luo는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하지만 커다란 생산 문제에 직면했다. 매빅 출시 3일만에, DJI는 한달 예상 판매량보다 3배나 많은 주문을 받았다. 반면, 서구의 많은 드론 경쟁업체들은 하나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패럿이 첫 번째 패배자로, 2017년 1월 드론 부서 직원들을 해고할 것이라 발표했다. 그 다음은 릴리였다. 사전 주문 금액이 3,400만달러를 상회했지만, 자금을 모두 써버린 이 기업은 제품을 단 한 대도 출시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이 중 고프로의 상황이 가장 놀라웠다.

캘리포니아 산 마테오에 위치한 이 기업은 그 동안 2,000만대가 넘는 ‘웨어러블’ 카메라를 판매해 브랜드 입지를 구축해왔다. CEO 닉 우드먼은 많은 홍보를 진행한 카르마 드론이 출시되면,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공언했다.

그러나 출시 후 이 제품이 중국 경쟁 모델보다 무겁고, 느렸으며 추적 및 감지ㆍ회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첫 카르마 모델은 방전이 되면 추락해 버리는 위험한 약점까지 갖고 있었다. 굴욕적인 리콜 이후, 고프로는 2월 드론을 재출시했다. 하지만 그 땐 이미 DJI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었다.

다시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DJI는 상용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연구기업 인터액트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16년 13억달러에 불과했던 드론 시장 규모는 2022년엔 150억달러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액셀 파트너스와 세쿼이어 캐피털의 벤처 자금을 유치한 DJI의 기업가치 평가액은 현재 100억달러에 이른다.

회사가 회계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2017년 매출이 150억달러를 상회하고 이익이 5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수의 가전업계 애널리스트들은 DJI를 ‘상용 드론업계의 애플‘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런 비유는 잘못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디자인과 중국 조립’(Designed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을 주장하는 애플과는 달리, DJI 제품은 모두 중국 남부 셴젠에서 설계·생산된다. 그 곳은 DJI 제품의 로터, 트랜스미터, 배터리, 기타 부품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DJI의 성공은 세계 경제의 가장 눈에 띄는 격변 중 한 사례를 잘 보여준다. 중국은 과거 1세기 동안 서구 국가들의 식민지로 종속됐고, 마오쩌둥 집권 하에선 30년간 외부 세계와 단절됐으며, 그후 덩샤오핑이 이끈 ‘개방과 개혁’ 30년을 보냈다. 이제 중국은 세계 혁신과 기술 개발의 위대한 중심지라는 역사적 위치로 복귀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을 혁신국가로 부르면 대부분의 서구 정·재계 인사들의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중국은 불법 복제와 저작권 침해의 천국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저렴한 노동력과 외국기술에 의존한 공장, 즉 효율적 제조 플랫폼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중국 재계는 화웨이 테크널러지의 창립자 렌 정페이같은 혁신 지향의 최고경영진이 이끌고 있다. 화웨이는 2016년 전 세계 어떤 기업보다도 많은 제품 특허를 신청했다. 또 다른 인물 앨런 장은 텐센트의 ‘위챗’ 개발 팀을 이끌고 있다.

10억명의 사용자들은 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채팅, 쇼핑, 결제, 게임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북경에 위치한 웹 포털 기업 바이두의 CEO 로빈 리는 2018년 중국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판매할 것이라 발표하기도 했다.

그들의 성공은 혁신 활동의 선 순환고리를 만들어 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 그룹과 텐센트 홀딩스는 전자 상거래, 휴대폰 결제, 소셜 미디어 및 온라인 게임업계에서 전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뿐 아니라 다른 중국의 기술 거물들도 공격적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로 인해 중국은 거대한 벤처 캐피털 투자 시장으로 변모했다.

중국으로 유입되는 벤처 캐피털 : 중국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의 수가 최근 몇 년 간 급증했다. 중국의 ’유니콘 기업‘들은 기술친화적 소비자들로 구성된 거대하고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

2014~2016년을 생각해보라. 당시 중국은 770억달러 규모의 벤처 캐피털 투자를 유치했다. 앞서 2년 동안 120억 달러 유치했던 것과 크게 비교된다. 이제 중국은 가상현실, 자율주행차, 3D 프린터, 드론 및 인공지능 같은 디지털 기술업계에서 전 세계 3대 벤처 캐피털 시장에 속한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