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더 쉽게, 더 일찍…진화하는 코딩교육

2018-03-21 (수)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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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내고 학원 다니지 않아도, 유치원생도 게임·애니 뚝딱

▶ 세계각국 일찌감치 교육 의무화, 핀란드에선 5~6세 코딩대회도

더 쉽게, 더 일찍…진화하는 코딩교육
한국 내 초등학교 4학년 민우는 요즘 코딩으로 간단한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푹 빠져 있다. 방과후학교에서 코딩을 배운 뒤로는 엄마 스마트폰으로 모바일게임을 하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 대신 본인이나 친구들이 만든 게임을 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돌려보는 시간이 늘었다. 민우가 주로 이용하는 코딩 언어는 ‘스크래치’다.

매사추세츠 공대(MIT)와 레고가 공동 제작한 스크래치는 ‘드래그앤드롭(drag & drop)’ 기능을 이용해 코드를 만들 수 있는 블록으로 작업한다. 블록을 끌어다 조합하면 간단한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다.

각각의 블록은 한가지 기능을 하도록 명령하고 블록들이 연결돼 ‘스크립트’로 불리는 코드 덩어리를 만든다. 직관적이고 간편하게 코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스크래치는 민우 같은 코딩 입문자에게 안성맞춤이다.


주로 8~16세를 대상으로 하며 4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된다. 스크래치로 코딩의 재미에 푹 빠진 민우는 고학년이 되면 ‘파이선(Python)’ 같은 고급 코딩언어도 배워볼 참이다.

코딩이 공교육으로 편입되면서 벌써 사교육 열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코딩언어 역시 날로 진화하므로 쉽게 배워 활용할 수 있다. 굳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 간단하고 편리하다. 스크래치 같은 코딩언어는 유치원생도 쉽게 배울 수 있다. 핀란드에서는 5~6세를 대상으로 한 코딩대회가 열릴 정도다.

코딩 입문자들을 위한 플랫폼도 다양하다. 미국의 비영리 교육단체 ‘코드’가 만든 홈페이지(www.code.org)도 그중 하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이 1,000만달러(약 108억원)를 투자해 만든 사이트다.

언어를 막 배운 4~6세를 대상으로 한 과정1을 비롯해 과정2(6세 이상), 과정3(8~10세), 과정4(10~13세) 등 연령대별로 세분돼 있다. 스크래치처럼 드래그앤드롭 방식으로 블록을 움직여 간단한 게임을 만들 수 있고 자바스크립트·파이선 같은 고급언어를 사용해 복잡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2,700만명이 이용했다.

‘엔트리’(www.playentry.org)는 ‘한국판 코드’다. 코드처럼 블록을 이용해 코딩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코딩과 소프트웨어의 기본원리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온라인 코딩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고 있다.

스크래치와 파이선 등 코딩 언어의 진화는 곧 코딩의 대중화로 직결되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 코딩언어는 파이선(26.7%)이며 자바(22.6%), C++(9.9%)가 뒤를 이었다.

최성일 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장은 “자바나 C언어에 비해 쉽고 직관적인 코딩언어가 많이 개발되면서 코딩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면서 “코딩언어가 진화했듯이 학교에서 코딩을 가르치는 방식과 평가 방식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일찌감치 코딩을 정규 교과과정에 넣어 소프트웨어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부터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종합실천활동’에서 정보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미국은 2011년 초중고교의 ‘컴퓨터과학’ 과목 교육과정을 컴퓨팅 사고력 중심으로 개정했다.

인도도 2013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초중등 필수과목으로 지정했고 영국 역시 이듬해부터 코딩교육을 초중고교의 필수 교과과정으로 도입했다. ‘발트의 호랑이’로 불리는 에스토니아는 1992년부터 모든 학생에게 코딩을 가르쳐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은 코딩교육에서도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 신세다. 올해부터 중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연간 34시간 이상 학교에서 코딩교육을 필수로 받고 내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연간 17시간 이상 소프트웨어 기초교육이 실시된다.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소프트웨어밖에 없다”며 “다소 늦었지만 코딩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려면 좀 더 일찍인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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