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 눈치 안보고 돈도 절약돼서 좋아요”

2018-03-21 (수) 최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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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타운 식당가 ‘혼밥족’ 크게 늘어

▶ 20대부터 80대까지 골고루 분포

“남 눈치 안보고 돈도 절약돼서 좋아요”

20일 타운 내 수퍼마켓 안에 있는 분식 코너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한인들. <최수희 기자>

“남 눈치 안보고, 먹고 싶은 음식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LA 한인타운 식당가에서 ‘혼밥족’이 늘고 있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일컬어 혼밥족이라고 부른다. 요즘 타운내 샤핑센터 푸드코트나 패스트푸드점은 물론이고 한식당, 중식당, 일식당 등 식사후 팁을 지불하는 ‘싯 다운’ 레스토랑에서도 혼밥족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남성뿐 아니라 여성 혼밥족도 상당수에 달한다. 과거에는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 주변 사람들이 “저 사람 왜 혼자 밥 먹지?‘라고 생각하는 듯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일이 자주 있었지만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 일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타운내 한 CPA 사무실에 근무하는 한인여성 심모(40)씨는 도시락을 싸오거나 사무실 인근 식당을 찾아 혼자 점심식사를 한다. 심씨는 “서너명 남짓한 직장동료들의 입맛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함께 밥을 먹기가 쉽지 않다”며 “언제부터 자연스럽게 혼자서 가까운 식당을 찾아가 식사를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습관이 되어 혼자 식사하는게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심씨는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먹을 수 있고, 돈도 절약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타운내 보험회사에 다니는 한인남성 윤모(35)씨도 타운내 샤핑센터 푸드코트에서 자주 혼자 점심을 먹는다. 윤씨는 “부끄러움을 잘 타는 성격이라 팁을 내는 식당은 잘 안가는 편”이라며 “푸드코트의 경우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풀타임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에는 차량호출 서비스 리프트 운전사로 ‘투잡’을 뛰는 박모(43)씨는 “리프트를 할 때 주로 LA 한인타운에서 손님을 태우는데 토요일 점심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식으로 때운다”며 “주로 타운 내 스시집에 들어가 바에 혼자 앉아서 음식을 먹는데 혼자 식사를 할 때마다 혼밥족을 한두명은 본다”며 “혼밥족을 비정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인타운 6가 선상에 위치한 ‘항아리 칼국수’ 관계자는 “아침 및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으러 오는 손님이 많다”며 “혼밥족을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과 여성이 반반”이라고 전했다.

8가 선상에 위치한 ‘큰가마’ 관계자는 “혼밥족은 20대 초반에서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모든 연령대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며 “혼자 먹든 누구와 함께 먹든 먹는 사람의 자유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한편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인터넷상에는 혼밥을 어디까지 경험해봤는지 체크할 수 있는 ‘혼자 밥먹기 레벨’까지 등장했다. 1단계 편의점에서 혼자 밥 먹기부터 9단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혼자 밥 먹기로 비교적 세분화 되어 있다.

혼밥족에 대한 인식도 ‘혼자서 식사를 당당하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개념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외식업계에서는 1인 메뉴를 출시하거나 혼자서도 먹기 편한 인테리어를 내세워 혼밥족 취향저격에 나서고 있다.

한인 요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요즘 1인 소비가 주요 소비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타운 요식업계에서도 1인 고객을 잡기 위한 마케팅이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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