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장 청구된 4번째 전직 대통령 MB…여야 세 갈래 반응

2018-03-20 (화)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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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뇌물·비자금’ 혐의로 구속영장… 전직 대통령 2명 동시 구속될지 주목

▶ “다양한 뇌물 의혹 흘러나와 ‘정치보복’ 퇴색… 지방선거 영향 별로 없을 듯”

영장 청구된 4번째 전직 대통령 MB…여야 세 갈래 반응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한국시간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연합>

검찰이 110억원대 뇌물 수수 및 350억원대 다스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해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여야 정당들은 세 갈래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철저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반면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피의사실 유포로 이미 범죄자를 만들었다”며 검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은 역대 대통령에 대한 잇단 구속영장 청구가 안타깝다고 논평했다. 지난 14일 소환 조사를 받은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네 번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을 받는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되면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시 구속 이후 23년 만에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수감되는 사태가 재연된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르면 21일 밤 결정될 전망이어서 실질심사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고 실소유한 다스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직권 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12개 안팎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이 판단한 뇌물 수수 혐의액은 총 110억원대에 이른다. 우선 국가정보원에서 총 7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에 앞서 검찰은 특활비 4억원을 수수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규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600만 달러(약 70억원)를 받은 것을 비롯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000만원), 대보그룹(5억원), 김소남 전 의원의 공천 헌금(4억원), ABC상사(2억원), 능인선원(2억원)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이 실소유주인 다스에서 35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십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횡령 및 조세포탈)도 있다. 검찰은 실소유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 다스의 실제 주인이 이 전 대통령이라고 판단해 구속영장에 ‘다스는 MB 것’이라는 내용을 적시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거액 뇌물 혐의액 등 사안이 중대한 점, 이 전 대통령이 객관적인 물증에도 대부분 혐의를 부인해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 핵심 측근들이 구속돼 이 전 대통령에게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영장 청구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서실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구속영장 청구는 문재인정권 출범 이후 10개월 동안 정치검찰을 비롯한 국가 권력이 총동원돼 진행된 ‘이명박 죽이기’로 이미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민주당 박범계 수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란 지위를 철저히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사용했다”면서 “범죄 혐의의 죄질이 너무나 무겁고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총동원한 집단적 범죄였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불구속 수사를 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의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도 “이 전 대통령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 조작과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구속 수사는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도 “이 전 대통령이 증거 인멸에 대한 의지를 계속 드러낸 상황이기에 이는 마땅히 이뤄졌어야 할 조치”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검찰이 이미 피의사실의 광범위한 유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을 범죄자로 만들어 놓고 소환 조사를 한 만큼 영장 청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기소가 되든 불구속 기소가 되든 본인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법정에서 범죄 혐의에 대해 잘 소명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은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에게 잇따라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정기관의 엄정한 수사와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기 위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2월의 설 명절 이전까지만 해도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되면 보수층 일부에서 ‘정치 보복’ 주장이 제기돼 보수 야당 지지층 결집을 가져올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이 전 대통령의 다양한 뇌물 수수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MB 구속 찬성 여론이 늘어나는 바람에 검찰과 여권은 사법처리 논란의 불씨가 확산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면서 “때문에 야당들도 MB 적극 엄호에 나서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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