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업소엔 한인직원? 옛날 이야기 된 지 오래~

2018-03-20 (화)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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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종 불문 한인 구인난에 타인종이 채워

▶ 업주들 “문화적 소통 통한 윈윈 위해 노력”

한인업소엔 한인직원? 옛날 이야기 된 지 오래~

한인타운 소재 한인운영 자동차 정비소에서 히스패닉 정비사가 고객이 맡긴 자동차의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주말 LA 한인타운의 한 한식당을 찾은 최모(49)씨는 음식을 먹기 직전 뒷모습을 보인 직원을 무심코 불렀다가 움찔했다. 양념장이 필요해서 부른 직원이 하필 타인종이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주말 한인타운에서 영어는 ‘무장해제’하고 편하게 식사하려다가 순간 당황했다”며 “‘다대기(양념장) 좀 주세요’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랬다면 타인종 직원이 이해했을까 궁금하긴 하다”고 말했다.

마켓, 식당, 커피샵, 제과점, 자동차 정비소 등 업종을 불문하고 한인업소에서 근무하는 타인종 직원이 늘고 있다. 업주들은 한인 직원 구하기가 힘들어 생긴 현상이라며 타인종 직원들과 문화적 차이 뛰어넘기에 도전하고 있다.


올림픽길 선상의 한 한인 소유 차량 정비소는 60대인 공동 업주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정비사가 모두 히스패닉이다. 이곳 업주는 “한국말 하는 직원을 마지막 써본 게 10년도 넘었다”며 “정비 업계가 모두 비슷해 1세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히스패닉 직원들 없이는 운영이 안된다”고 전했다.

마침 오후 6시 문닫는 시간 직전에 엔진 오일을 교체한다는 자동차가 들어오자 이 업주는 퇴근 준비를 하던 직원들에게 부탁 반, 애교 반으로 일을 맡겼다. 그는 “그래도 사람들이 순박해서 한국식 ‘정’으로 대하면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인 마켓들도 빠르게 타인종 직원들로 채워지고 있다. 특히 LA 외곽에 위치한 점포들은 컨셉 자체를 ‘아시안 마켓’으로 정하면서 직원 구성도 달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갤러리아마켓 밸리점, H마트 아케디아점의 타인종 고객 비중은 50%를 넘어서 최고 70%에 이른다. 또 가든그로브 아리랑마켓도 40~50%의 고객이 타인종인 상황이다. 즉,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아시아계가 주요 고객층을 이루면서 채용하는 직원들의 비중도 이에 맞추고 있는 셈이다.

한인타운의 한 대형 제과점도 한인 직원보다 타인종 직원이 더 자주 눈에 띈다. 이곳 단골이라는 김모 씨는 “영어가 불편해 타인종 직원이 있으면 궁금한 것이 있어도 한인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묻곤 한다”며 “솔직히 불편한 측면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새로 생긴 커피샵을 찾았다가 당황한 경험이 있다는 이모 씨도 “한인 2세로 보이는 직원이 유창한 영어로 주문을 받는데 마시고 싶은 것과 다른 것을 받았는데도 영어가 불편해서 그냥 마셨다”며 “한국어가 편한 손님 입장도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업주들도 이런 고객들의 불편함을 알고 배려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식당의 업주는 “커뮤니티 구인란에 다른 한인 식당보다 나은 조건으로 광고를 해도 찾아오는 한인 구직자가 없다”며 “어쩔 수 없이 타인종을 채용하고 한국식 서비스 교육도 하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타인종 직원이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업주도 고객도 직원도 윈윈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만들려는 노력도 감지된다. 한인타운의 한 한인 중식당 업주는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이 히스패닉”이라며 “법적으로 보장해야 할 휴식시간을 보내라고 인근 피트니스 센터 회원권을 줬더니 ‘뒷문 밖에서 쉬는 게 전부였는데 이런 대접은 처음’이라며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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