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법무부-AT&T, ‘타임워너 인수’ 놓고 법정 대결 시작

2018-03-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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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가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법정 대결을 벌인다.

월 스트리트 저널과 파이낸셜 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와 AT&T측 변호인들은 19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의 공판정에 모여 치열한 법리 공방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재판은 양측의 분쟁 조정 협상이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제2의 통신사인 AT&T는 2016년 10월 CNN과 TBS, HBO, 워너 브러더스 등을 소유한 복합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를 854억 달러(약 93조1천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지만 승인을 얻지 못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송사의 핵심은 AT&T와 타임워너의 통합이 미디어 업계의 경쟁을 저해하는지 여부다. 법무부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경쟁사에 대한 콘텐츠 공급 가격이 인상되고 소비자들에게는 선택권의 축소와 함께 시청료가 인상되는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2천만 명의 위성 TV 서비스 가입자를 두고 있는 AT&T가 타임워너가 보유한 알짜 TV 채널까지 추가로 확보하게 되면 아주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 경쟁 TV 채널들의 불만이었다.

AT&T의 위성방송 자회사인 디렉TV는 케이블과 위성방송 시장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2천100만 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다. 타임워너의 인기 케이블 채널인 HBO의 가입자는 5천400만 명이다.

AT&T측은 그러나 양사의 통합이 오히려 가격을 낮출 것이며 넷플릭스, 아마존 등이 소비자들을 직접 공격적으로 파고드는 미디어 환경의 급변에도 대처할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미국 법무부가 마이크로소프트와 대결한 이후 반독점 소송으로는 최대 규모다. 또한 미국 법무부가 사업 영역이 다른 기업들이 합치는 이른바 수직적 통합을 걸고넘어진 것도 4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법무부는 사업 영역이 비슷한 기업들이 합치는 수평적 통합에 주로 제동을 걸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협상 전문가들은 반독점 사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을 알아볼 좋은 기회로 삼고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소송은 660억 달러에 이르는 월트 디즈니와 21세기 폭스의 합병을 포함한 향후 미국 미디어 업계의 판도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연방무역위원회(FTC)에서 근무한 전력이 있는 한 로펌 변호사은 "어느 쪽이 이기든지 우리는 대단히 흥미로운 판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판례는 향후 수년간 미디어 업계가 어떤 모습을 취할지, 그리고 관련 기업들이 무엇을 우려하는지를 예고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전직 FTC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가 승소한다면 자신감을 갖고 다른 수직적 통합도 문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반면에 법무부가 패소한다면 업계로서는 법무부에 대항할 법적 근거를 갖추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AT&T측은 법무부가 당초부터 합병을 반대하는 나선 것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 특히 타임워너 그룹 산하의 CNN에 대한 적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을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지목해왔다.

하지만 AT&T측은 실제 공판 과정에서는 정치적 동기에 의해 시범 케이스로 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개진하지 않기로 했다. 담당 판사가 백악관과 법무부 관리들의 대화 내용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을 기각하자 방향을 바꾼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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