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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되살리는 수제맥주 양조장들

2018-03-19 (월)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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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5,300여개… 죽어가던 상업지역에 활력

▶ 연방·지방정부들 앞다퉈 감세 등 혜택 제공

지역경제 되살리는 수제맥주 양조장들

뉴욕주 미들타운에 소재한 수제맥주 양조장인 이퀼리브리엄 밖에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다. 수제양조장들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며 지역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미들타운, 뉴욕> 최근 토요일 아침 이곳의 이퀼리브리엄 양조장이 영업을 위해 문을 열었을 때 이미 밖에는 뽀얀 색의 신선한 에일을 맛보기 위해 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멀리 매사추세츠와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로드아일랜드 등에서 온 여행객들은 가능한 한 많은 맥주를 사들였다. 4팩에 16달러인 가격에 말이다. 약간의 맥주를 즐긴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식당으로 향했다. 이들 관광객들이 뿌리는 돈은 다운타운 재활성화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퀼리브리엄의 공동소유주인 리카르도 페트로니는 “우리는 분명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양조장은 세금연체로 압류된 육류가공공장을 개조해 2016년 문을 열었다. 페트로니는 “우리가 이주해 왔을 때는 나쁜 시절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 이곳은 다시 생명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상업적으로 쇠퇴한 지역들에 양조장들이 들어서면서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금주령 시대에 알코올이 사회의 붕괴를 초래한 주범으로 비난 받았다면 지금은 양조장들이 긍정적인 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카고의 상업용 브로커리지 회사인 JLL의 선임 분석가인 데이빗 바넷은 “경제적 여파가 분명 존재한다”며 “양조장은 타 지역 여행객들을 끌어 모음으로써 지역 주민들에게 이득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현재 전국적으로 보통 수제양조장으로 알려진 맘 앤드 팜 맥주양조장은 5,301개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의 4,548개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2015년 숫자는 역사상 가장 양조장이 많았다고 알려진 1873년의 4,131개를 넘어서 화제가 됐었다. 금주령 시대인 1920년부터 1932년 사이에는 맥주양조장이 단 한 개도 없었다.

이들 양조장들은 대부분 소규모이지만 경제적 여파는 만만치 않다. 관련 협회에 따르면 이들의 2016년 경제기여도는 무려 680억달러에 달한다.

이런 중요성을 인정받아 수제 양조장들은 최근 세제개혁에서 예기치 못한 선물을 받았다. 상원은 미국 내에서 생산된 맥주, 특히 수제맥주의 세금을 낮춰주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지역 커뮤니티들도 고전하는 공업지역에 수제양조장을 유치하기 위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수제맥주 양조장들은 아직까지는 북동부와 중서부, 그리고 서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36개주에서 지난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수제맥주 생산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한 전문가는 “이 정도로 성장하는 업종은 그 누구도 무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사우어 맥주와 스타우츠 같은 스페셜티 음료를 만들기 위해 양조장들은 일종의 공식 같은 것에 집착한다. 양조장들은 고객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 미네소타의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이 양조장들은 1만평방피트 이상 넓이에 천정이 높은 20세기 초 건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미니애폴리스 지역 양조장들의 경우 보통 5년 기간에 스퀘어푸트 당 연 4.50달러에 리스를 계약한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통상 건물 소유주가 페인트와 카페팅 같은 것에 대한 크레딧을 주지만 상당한 액수의 건물개조 비용은 테넌트가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양조장들은 주택들과 아파트들로부터 걸어올 수 있는 지근거리에 있는 전망이 밝은 지역을 선호한다고 부동산 관계자들을 설명한다. 보통 바를 갖추고 있는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지역 양조장들의 전체 면적은 62만4,000 평방피트로 2016년의 50만7,000 평방피트보다 크게 늘었다. 2017년 11개의 새 양조장이 들어섰으며 올해도 11개가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음식을 제공할 경우 고객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곳에서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체험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조장들은 보통 그곳에 딸린 식당을 운영하지만 미니애폴리스의 경우 푸드트럭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음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소금 공장을 개조해 2016년 문을 연 모디스트 양조장에서는 배고픔을 느끼는 고객들을 위해 여러 대의 푸드트럭들이 대기하고 있다.


양조장들은 지난 수년 사이 급성장해 왔다. 2017년 중간 결산에 토대한 예측에 따르면 이 해 성장률은 5%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둔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지역의 경우 업계가 여전히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 과연 지속적으로 독자적 성장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퀼리브리엄 양조장이 들어가 있는 건물의 경우 26만 달러에 양조장에 팔렸다. 만약 5년 이상 살아남아 비즈니스를 계속할 경우 이 가운데 22만5,000달러는 탕감 받는 조건이었다.

공동소유주들은 건물 업그레이드에 총 140만달러를 쏟아 부었으며 현재 이곳에서는 10명이 일하고 있다. 또 이퀼리브리엄은 건축자재에 대한 판매세 면제와 단기적인 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도 받았다. 인근의 다른 양조장도 비슷한 혜택을 받았다.

미들타운 관계자들은 이런 혜택제공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미들타운 경제개발국의 마리아 브루니 국장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업체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았다”며 “이 빌딩들이 수십 년 동안 방치된 걸 봐왔기 때문에 커뮤니티는 수제 양조장들이 들어서는 데 대해 대단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 또한 양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이퀼리브리엄은 그 덕분에 지금까지 모두 20만달러가 넘는 주정부 그랜트를 받았다. 현재 두 번째 임기 중인 쿠오모는 관련 법규도 계속 완화해 왔다. 그 결과 양조 과정에 지역 산물을 부분적으로 사용했을 경우에는 양조장에서 맥주를 잔으로도 팔 수 있다. 업계는 이런 조치들에 의해 양조장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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