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술자리 대신 조찬… 회의 전 클라리넷 레슨

2018-03-19 (월)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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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CEO의 색다른 ‘24시’, 아무리 바빠도 매달 4~5권 독서

▶ 패션도 경영 위한 퍼포먼스, “젊어보여야 회사 경쟁력 있다”

# 한국 대기업의 A 부회장은 10년 가까이 기업의 수장 자리를 지켜오는 동안 일절 저녁 약속을 하지 않는다. 자칫 술자리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가 오해나 루머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다. 오히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근무시간에 혼신을 바쳐 일하고 일찍 집에 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책을 읽으며 충분한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한다.

이른 저녁 잠자리에 든 그는 새벽 4시면 기상해 북한산을 오르며 맑은 머리로 사업을 구상한다. A 부회장은 “저녁에 술자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맥이 끊기거나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성찰하고 스터디하고 사업을 구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오히려 좋다”고 귀띔했다.

# 20년간 뷰티 산업에 종사해온 홍병의 시슬리코리아 대표는 운동에너지를 일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자칭 ‘에너자이저’다. 사계절 내내 헬스와 수영을 즐기며 봄·여름·가을에는 사이클, 겨울에는 스키로 에너지를 축적한다. 홍 대표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하는 것은 건강을 위한 측면도 있지만 직원들과 고객들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다하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운동을 통해 활력을 얻으면 일에도 자신감과 집중력이 생기고 성취도도 높아져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신문이 1%에 불과한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사한 결과 1분 1초도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았다. 남들보다 12시간은 더 사는 듯 바쁜 그들은 주어진 시간을 쪼개 알차게 보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조찬모임을 적극 활용했다. 국내 대기업 호텔의 B 대표는 조찬 미팅에 일주일에 두 차례 참석한다. 운전기사를 뒀지만 호텔까지 매일 40~50분가량을 걸어오며 미팅 준비를 하고 7시에 하루의 첫 미팅을 시작한다.

비즈니스 미팅도, 지인들과의 사교모임도 정신이 맑은 아침에 한다. B 대표는 “아침 시간이 워낙 귀하기 때문에 오히려 회의가 늘어지지 않고 핵심적인 내용이 오가는 장점이 있다”며 “한 달에 조찬강연도 3~4차례 참석해 많은 것을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체력관리도 철저했다. 그래야 버틸 수 있다는 게 한목소리다. 또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4~5권의 책은 반드시 읽는다. 자신의 분야가 아닌 정보를 재빨리 받아들이는 가장 수월한 방법이 독서라는 이유에서다.

성공한 CEO들은 도전정신과 호기심을 공통분모로 놓고 직원과 같은 방향을 보며 동행하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또 중압감과 압박감에 자신을 던져두지 않고 스트레스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한 예로 김진면 휠라코리아 대표는 지난 10년간 월요일 실적회의를 앞둔 일요일 오후6시 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클라리넷 레슨을 받고 있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 종종 읽기 쉬운 영어 동화책도 읽는다. 그는 “매출 압박, 경쟁사의 추격 등 스트레스 요인이 많지만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내려놓는 연습을 습관화했다”고 말했다.

CEO들은 성공의 덕목으로 열정과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갈수록 스마트해지는 고객과 직원을 상대로 ‘진정성’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C화학회사 대표는 “반짝반짝하는 사람이 꼭 CEO가 되는 것은 아니다.


CEO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 타고날 수도 있지만 혼자 똑똑한 사람은 오래가지 않는다. 고난과 어려움을 겪고 ‘큰 바위 얼굴’로 남는 사람이 장수한다”고 귀띔했다.

기업의 간판인 CEO들에게 패션은 자신의 실력과 내공·전문성을 밖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로 통했다. 기업 아이덴티티(CI), 브랜드 아이덴티티(BI) 못지않게 자신은 물론 기업을 홍보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다.

아울러 밝은 안색을 유지하기 위해 얼굴에 잡티를 제거하는 등 피부관리 역시 적극적인 편이다. 버커루·NBA·LGPA골프를 전개하는 김문환 엠케이트렌드 대표는 “병원을 가기 싫어하는 나도 신뢰감을 주는 깨끗한 피부를 위해 얼굴에 잡티를 제거하곤 한다.

자기 관리가 안 된 것처럼 보이는 CEO가 직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회사를 경영하겠느냐”며 “요즘에는 CEO들이 젊어 보여야 경쟁력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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