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리콘밸리의 이면…“30만 달러 이상 벌어도 ‘중하층’”

2018-03-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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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로알토 주택 중간가격 267만 달러

▶ 살인적 주거비와 생활비에 허덕여

실리콘밸리의 이면…“30만 달러 이상 벌어도 ‘중하층’”

북가주 실리콘밸리의 쿠퍼티노에 자리한 애플 본사 입구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AP]

실리콘밸리의 이면…“30만 달러 이상 벌어도 ‘중하층’”

애플과 구글 등 첨단 IT 및 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는 북가주 실리콘밸리는 한인들이 진출을 선호하는 지역이다. 한인 1세들도 자녀들이 실리콘밸리의 직장에 취업하면 자랑으로 여긴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중심이자 스탠포드 대학이 위치한 팔로알토 시는 10만 달러가 훌쩍 넘는 테슬라 전기 자동차와 20대 억만장자들이 득시글거리는 스타트업의 낙원으로 외부에 비친다.

실제로 팀 쿡 애플 CEO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수많은 실리콘밸리 거부들이 이곳에 산다. “홈리스도 랩탑을 갖고 다니는 곳”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 2016년 연방 센서스 기준 팔로알토 시의 중간 주거소득은 13만7,043달러로 미국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이 지역 온라인 매체인 ‘팔로알토 위클리’는 최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1년에 2,000달러씩 오르는 렌트비 인상액과 집을 갖고 있으면 월 1만5,000달러가 넘는 모기지를 내기 위해 허덕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팔로알토 위클리는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로 인해 그들의 중산층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고 달라지는 세태를 전했다.

이 매체가 6만7,000여 명의 팔로알토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실시한 최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사회적 계급을 ‘중상층’이라고 규정한 사람이 75명, ‘중간층’은 81명, ‘중하층’은 17명이었으며, 4명이 ‘상류층’이라고 말했다.

또 89명은 대답을 거부하거나, ‘과거 중산층’, ‘불공평한 자본주의 사회의 생존자’ 등 부정적으로 자신을 묘사했다고 한다.

특히 자신의 소득을 35만∼39만9,000달러 구간에 있다고 말한 다수의 사람이 자신을 중산층으로 표시했고, 30만∼34만9,000달러 구간이라고 말한 사람들 가운데 자신을 중하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전체 가계소득의 중간값(median)의 67%~200% 범위의 가구를 중산층으로 정의한 퓨리서치 센터의 기준에 따르면 팔로알토의 중산층은 연봉이 9만1,362달러∼27만4,086달러 사이에 분포한다.

팔로알토 위클리는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중산층 체감지수만 낮아진 것이 아니다”라며 “퓨리서치 기준에 따른 중산층의 숫자도 팔로알토가 속한 샌타클라라 카운티의 경우 2014년 현재 47%로 떨어져 1989년보다 11% 감소했다”고 전했다.


한편 부동산 회사인 파라곤의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샌프란시스코, 샌마테오, 샌타클라라, 소노마, 마린, 알라메다 카운티 등) 최신 부동산 동향에 따르면 팔로알토의 주택 판매 중간가격은 지난해 267만 달러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중간 가격은 150만 달러로 미국 평균인 25만4,000달러의 6배에 달했다.

파라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운 페이먼트 20%를 내고 150만 달러짜리 주택을 구매하려면 연봉이 30만3,000달러가 필요하다”며 “이는 약 12%의 거주자만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간가격대의 주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전했다.

또 에델만 그룹이 지난 1월 캘리포니아 지역 성인남녀 1,7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샌프란시스코 거주자의 49%가 “비싼 주거비용으로 인해 캘리포니아주를 벗어나 다른 주로의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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