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북·북미 정상회담, 6월 지방선거에 순풍인가, 역풍인가

2018-03-13 (화)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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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핵 폐기’ 합의되면 여당에 호재… ‘미군 철수’ 거론되면 악재될 수도

북미 정상회담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한국의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순풍이 될까, 역풍이 될까?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이 지난 5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면담한 것을 계기로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가시권에 들어오자 정가에선 선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은 선거에서 여당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0년에는 16대 총선을 사흘 앞둔 4월 10일 1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가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총선에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하고,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이 패배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133석을 차지했으나, 범여권은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115석)과 공동여당이었던 자유민주연합(17석을)을 합쳐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2007년 10월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열렸으나 2개월 후 실시된 17대 대선에서 야당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큰 표 차이로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대화 제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북핵 담판을 벌일 예정이어서 파급 효과가 과거와 다를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여권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선거를 앞둔 인위적 기획으로 비칠 가능성이 줄어든다.

따라서 회담 추진 과정과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만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구체적인 북한의 핵 폐기 합의가 나온다면 여권에 호재가 된다.

현재로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 미국의 ‘코피’ 작전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북한의 이해와 중간선거와 지방선거를 각각 앞두고 있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입장이 충돌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두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북한이 이를 행동으로 실천할지 여부는 몇 년을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북한은 2005년 6자회담을 거쳐 비핵화를 위한 9·19 합의를 해놓고도 1년 후인 2006년 10월에 1차 핵실험을 단행한 적이 있다.

반면 남북·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 등 변수가 돌발할 경우 보수층 결집으로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구체적인 핵 폐기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에도 여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두 정상회담의 합의문에 완전하고·검증 가능하고·불가역적인 북한의 핵 폐기(CVID) 내용이 들어간다면 여당에 호재가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두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 어정쩡한 합의가 나오거나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다면 여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을 선언하는 대신 비핵화를 중장기 과제로 남겨두면서 ‘군사적 위협 제거와 김정은 체제 안전 보장’를 명분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경우 보수층의 반발을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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