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투’ 잇단 폭로에 민주당 딜레마…‘1당 유지’와 ‘지방선거 승리’

2018-03-13 (화)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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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지사의 성폭행 의혹 이어 정봉주·민병두의 성추행 의혹 논란까지 번져

▶ 도덕성 논란으로 여당이 압도적 우위였던 선거 판세 요동… 전략 수정 불가피

‘미투’ 잇단 폭로에 민주당 딜레마…‘1당 유지’와 ‘지방선거 승리’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예비후보가 한국시간 12일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가 끝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

‘미투’ 잇단 폭로에 민주당 딜레마…‘1당 유지’와 ‘지방선거 승리’

정봉주 전 의원이 한국시간 12일 국회에서 성추행 의혹 보도 반박 기자회견을 연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소속 주요 인사들의 성 추문이 잇따라 터지자 딜레마에 빠졌다. ‘미투’(Me Too) 운동의 일환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이어 정봉주 전 의원과 민병두 의원의 성추행 의혹까지 폭로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와 ‘원내 제1당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성 추문 확산으로 당초 여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지방선거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또 광역단체장 선거 출마자와 성 추문 의혹에 휩싸인 인사의 의원직 사퇴가 이어질 경우 제1당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121석이지만 자유한국당이 116석으로 두 당의 의석 차가 5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민병두 의원의 의원직 사퇴 만류에 나선 것도 이런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 소속 인사들의 성추행 논란에 대해 단호하게 징계하는 게 선거 전략상 유리하다.

그러나 현역 의원의 제명이나 의원직 사퇴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서는 즉각 제명 결정을 했던 민주당이 민 의원에 대해서는 회초리를 세게 때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3선인 민병두 의원은 10일 자신을 겨냥한 ‘미투’ 폭로가 나오자 1시간여 만에 즉각 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업가인 한 여성은 이날 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를 통해 “2008년 5월쯤 민 의원과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신 뒤 노래방에 갔다.

민 의원이 테이블을 밀어 입구를 막은 뒤 블루스를 추자고 해서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응했는데 갑자기 키스를 했다. 정신을 수습한 뒤 귀가하면서 살펴보니 (나의) 바지 지퍼가 열려 있었다”고 고백했다. 민 의원은 “그분이 상처를 받았다면 죄송한 마음”이라며 “하지만 저는 문제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고 반박했다. 민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자연스럽게 경선 출마도 포기하게 됐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12일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원칙에 따라 의원직 사퇴 결정을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민 의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국회의원직 사직서를 공식 제출했다.

이에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두 차례 폭로됐다. JTBC는 5일 안희정 충남지사의 정무비서인 김지은씨가 8개월 동안 안 지사로부터 4차례 성폭행을 당했으며, 수시로 성추행도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7일에는 안 지사의 싱크탱크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여직원 A씨가 안 지사로부터 세 차례의 성폭행과 네 차례의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차 폭로 다음날인 6일 안 지사 제명을 결정했다.

또 민주당 복당을 신청하고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준비 중이던 정봉주 전 의원은 7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려 했으나 성추행 의혹 보도가 나오면서 출마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의혹 보도는 정 전 의원이 2011년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기 며칠 전 기자 지망생인 A씨를 호텔로 불러내 껴안고 키스를 시도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인터넷 매체의 의혹 보도에서 특정한 성추행 시간과 장소에 본인이 없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정 전 의원은 15일 당의 복당 심사를 받을 예정이어서 심사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충남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측근이었던 오영환씨와 박 전 대변인의 전처인 박모씨는 9일 “박 전 대변인의 여자 문제로 지난해 9월 이혼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오씨는 ‘2014년 지방선거 때 박 전 대변인이 자신의 내연녀인 여성 당직자를 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해 당선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 당직자 특혜 공천 및 불륜 의혹이 날조된 거짓이라며 “청와대 대변인 재직 시 전처 측의 부정 청탁을 거절했다가 보복성 정치 공작에 시달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12일 박 전 대변인의 지방선거 예비후보 자진 사퇴를 권고하기로 가닥을 잡았으나 박 전 대변인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야당 인사들을 겨냥한 미투 폭로는 아직까지 없는데 민주당 인사들의 성 스캔들만 계속 터지자 여권 일각에서는 “쓰나미가 오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미투 폭로 전까지는 보수 야당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자부해온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선거 판세였으나 지금은 기류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면서 “야당 인사의 성 추문도 폭로된다면 희석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여당 인사들의 성 추문 논란이 계속되고 당내 경선이 과열 경쟁으로 흐른다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대북특사단의 성과로 성추문 악재를 어느 정도 덮을 수 있었다고 분석하면서 성 추문 파장이 확대될 경우 선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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