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여자 빙속팀의 ‘막장 드라마’

2018-02-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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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웍 실종’ 팀추월 경기에 여론 분노

▶ 단체성적 겨루면서 한 선수 ‘왕따 의혹’ 눈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을 포함한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감동 스토리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여자 빙속팀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팀웍이 무엇보다 중요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예선 경기에서 팀웍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실망스런 경기 끝에 준결승 진출이 좌절된 후, 선수들의 경기 후 인터뷰가 논란에 불을 지피며 노선영 선수 왕따 논란에다 다른 선수들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이어졌고 대표팀의 해명 기자회견에 노선영의 반박까지 이어지면서 여자 빙속팀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논란의 배경은


노선영과 김보름, 박지우로 이뤄진 여자 팀추월 팀은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8팀 가운데 7위를 차지해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여기서 논란이 된 것은 경기 내용이었다. 마지막 바퀴에서 노선영은 다른 두 선수에 한참 뒤처진 채로 혼자 달려 뒤늦게 들어왔다. 3명 중 마지막 선수의 결승선 통과 기록을 팀의 기록으로 인정하는 팀추월 규정상 다른 선수들보다 늦은 노선영의 기록이 한국팀의 기록이 됐다.

경기 이후에도 김보름·박지우와 노선영이 대화를 나누지 않고 다른 곳에 있는 모습과 김보름의 경기 후 무책임하게 보이는 인터뷰가 논란을 키웠다. 김보름은 직후 방송 인터뷰 등에서 “팀추월은 선두가 아닌 마지막 선수의 기록을 찍기 때문에 안 좋은 기록이 나왔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는데 이것이 노선영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처럼 비친 것이다.

이를 본 빙속 팬들이 격앙해 대한빙상경기연맹과 김보름·박지우 선수를 비난했고, 팀웍 논란의 진상을 밝히고 김보름·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와대 청원은 만 하루도 안 돼 서명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노선영 왕따 당했나

김보름·박지우 선수를 향해 폭발한 분노의 여론은 올림픽 전 출전 자격 파동을 겪은 노선영에 대한 동정론이 큰데 기인하기도 했다.

당초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일원으로 평창 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던 노선영은 팀추월에 나서려면 개인종목 출전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착오 때문에 출전 자격이 없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여자 1,500m에서 러시아 선수 2명의 출전이 불발되면서 예비 2순위이던 노선영이 출전권을 승계해 극적으로 ‘동생을 위한 레이스’가 평창에서 이뤄졌다.

■기자회견에도 논란 증폭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빙상연맹이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마련했지만 오히려 의구심만 커졌다. 빙상연맹은 처음에 노선영도 참석할 거라 공지했다가 기자회견 10분 전 불참을 통보했다.

팀웍과 분위기에 대한 질문에 백 감독이 “얼마 전 팀원들이 화기애애하다는 기사가 나왔다. 처음에 지내기가 어려웠던 건 사실이지만 선수들이 노력을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노선영은 다른 인터뷰에서 “서로 그냥 훈련하는 장소도 달랐고,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다.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았다”며 사실상 ‘원팀’으로 경기에 대비하지 않은 대표팀 분위기를 전했다.

노선영이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3번째 주자로 가다 뒤처진 부분에 대한 설명도 달랐다. 기자회견에서 백 감독은 “경기 전날 노선영 선수가 자기가 맨 뒤로 가는 것이 낫다고 직접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선영은 “직접 말한 적은 없다. 전날까지 내가 2번으로 들어가는 거였는데 경기 당일 워밍업 시간에 어떻게 하기로 했냐고 물어보셔서 ‘처음 듣는 얘기인데요’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결국 팀 정신이 사라진 대표팀의 현 주소가 19일 경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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