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 가뭄’ 한인은행권, 예금 유치경쟁 가열

2018-02-21 (수)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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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대율(예금대비 대출비율) 100% 육박 역대 최고

▶ 상대적 고이율인 CD·적금 상품 잇단 출시

‘돈 가뭄’ 한인은행권, 예금 유치경쟁 가열
한인 은행들의 예대율(예금대비 대출비율)이 100%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한인 은행권의 예대율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같이 한인 은행권이 대출에 비해 예금이 딸리는 ‘돈 가뭄’ 현상이 심화되면서 CD와 적금 상품을 중심으로 한인 은행권의 예금 유치 경쟁이 앞으로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표 참조>

남가주에서 영업하는 9개 한인은행들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보고한 실적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현재 9개 한인은행들의 총 예금고는 214억180만달러지만 대출 역시 213억4,259만달러로 예대율이 99.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4분기의 97.6%에 비해 1년 만에 2.1%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통상 은행들은 예대율을 감독국의 권고수준인 100% 이하로 억제하고 있지만 일부 한인은행들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신한 아메리카의 경우 예대율이 104.8%로 9개 한인은행 중 가장 높았으며 미주 최대 한인은행인 뱅크 오브 호프의 예대율도 102.6%에 달했다. 9개 한인은행 중 자산 규모가 가장 작은 US 메트로 은행과 유니티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은행들의 예대율이 90%대를 훌쩍 넘었다.


한인 은행권의 예금고는 최근 수년간 대출 증가세를 밑돌고 있다. 2017년 4분기 현재 한인 은행권의 전년 대비 예금고 증가는 6.7%로 동 기간 대출의 9.0% 증가세에 비해 2.3%포인트나 낮았다. 지난해 3분기에서 4분기에는 총 예금고가 불과 0.07% 증가하는데 그쳤다.

감독국은 부실 대출에 대비, 은행이 충분한 예금고 확보를 통해 적정한 수준의 예대율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은행의 급작스러운 예대율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예대율은 높을수록, 특히 90%대를 넘을 경우 은행이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반면 예대율이 100%에 너무 미치지 못한 것 역시 자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내 중국계 최대 은행인 이스트웨스트 뱅크의 예대율은 95.3%로 적정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반면 LA 카운티 최대 은행인 시티 내셔녈 뱅크의 예대율은 73.5%에 불과, 대출에 너무 보수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인 은행권의 예금 유치가 부진한 이유로는 ▲활황을 누렸던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 투자가 늘었고 ▲제로금리에 따라 은행 예금 매력은 감소했으며 ▲암호화폐 등도 최근 투자가 늘었던 점 등이 꼽히고 있다. 한인 은행권은 그러나 증시가 조정기를 거치고 있고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율도 지속적인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앞으로 예금유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예금이 없어 욕심만큼 대출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며 “한인은행들의 예대율이 너무 높은 것이 사실이고 85~95%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에 예금고 확충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인 은행권은 최근 적금과 CD를 중심으로 예금유치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CBB 은행과 유니티 은행이 이자 2.0%(APY) 대의 CD 상품을 이달 들어 출시했다. 뱅크 오브 호프의 경우 만기 36개월 적금 상품에 최고 2.02%(APY) 이자를 적용해준다.

한인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에는 일선 지점장들이 단골 고객이나 ‘큰 손’ 고객들을 대상으로 개별 연락을 통해 예금고 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한인 은행들의 경우 지점별 쿼터까지 정하고 직원들의 예금고 확충을 독려하고 있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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