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대까지 끊겨…” 4년전 눈물 은빛 영광

2018-02-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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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미터 빙상 ‘은’, 차민규 선수 7전8기

“인대까지 끊겨…” 4년전 눈물 은빛 영광

19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차민규(왼쪽)가 역주하고 있다. <연합>

“꼭 메달을 따오겠다더니 정말 약속을 지켰어요. 오늘 같은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건 차민규(동두천시청·25)의 어머니 최옥경씨는 경기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가슴이 벅차 진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최씨는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500m 경기를 마치고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요. 그냥 너무 벅찬 것 같아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아들이 맹훈련 중일 때도 항상 입버릇처럼 “다치지만 말라”며 늘 아들의 부상을 걱정했다고 한다.

지난 2014년 소치올림픽 한국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발목 부상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여한은 차민규는 물론 가족 모두에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소치 대회를 앞두고 발목 인대가 다 끊어졌는데 더는 운동을 못 한다는 소릴 들어서 너무 많이 좌절했다”며 “그런데도 잘 버텨서 오늘처럼 좋은 성적을 내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집안 장손인 차민규는 3살 때 길을 가다 굴러 70바늘을 꿰맬 만큼 크게 다쳤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아들의 건강을 늘 예의주시했다. 누나를 따라 스케이트장에 가서 놀고 싶다고 했을 때도 우선 걱정부터 들어 말렸지만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최씨는 “하도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고 해서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3일짜리 주말특강반 수업에 다니게 해줬는데 그때부터 쭉 스케이트화를 벗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부상이 많은 쇼트트랙을 할 때만 하도 부상 한 번 없던 애가 스피드로 전향하고 나서 재수술까지 해야 할 정도로 크게 다쳤다”며 “지금은 많이 치료됐지만 간간이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 와서 내색 한번 하지 않는 효자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가끔은 말썽도 피우고, 힘든 걸 모두 말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내심 섭섭했다고도 했다.

최씨는 “과묵한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기분이 다운될 때면 같이 백화점 쇼핑가자고도 하고 장난도 친다”며 “곧 아들을 만나면 정말 수고했다고 해주고 싶다. 내 아들이지만 너무 장하다”고 말했다.

최씨와 나란히 서 있던 아버지 차성남씨는 아들에게 무슨 말을 먼저 하고 싶냐는 질문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생했다,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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