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ICBM급 ‘화성-15형’ 옛소련 미사일 재활용 가능성 커”

2018-02-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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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옛소련 1960년대 폐기한 R-37 복제한 것” 분석도

북한이 지난해 시험발사에 성공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옛소련 미사일 설계도에 의존했거나 부분적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16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과 독일 전문가들이 영국 군사 전문지 '제인스 인텔리전스 리뷰'에 기고한 북한 ICBM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최신형 미사일과 옛 소련이 제작한 미사일이 여러 가지 유사성을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보고서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외국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는 가설은 북한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신형 미사일 예비시험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들 전문가는 러시아 기술자들이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생산 직전 폐기한 미사일을 포함해 옛 소련 시절 미사일 계열과 북한의 최신형 ICBM급 '화성-15'형이 너무 유사성을 많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성-15형은 지난해 11월 28일 시험발사 성공 이전에 공개된 적이 없는 신형이다. 최대고각으로 발사해 정점고도 4천475㎞까지 올라 동해에 탄착한 화성-15형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첫 미사일이다.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지난 2016년 시험발사에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이 개발한 대다수 미사일 제작에 옛 소련 설계도를 참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2종류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연속 성공하는 등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그렇게 빠른 속도로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의문을 품어왔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독일 뮌헨의 미사일 기술 전문가 마르쿠스 실러와 미국 정보기관의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였던 닉 한센은 "북한이 화성-15형 ICBM을 개발하면서 외부 지식과 기술, 하드웨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컴퓨터 모형 작업과 북한 미사일 영상 분석 결과, 외부의 지원은 옛 소련 시절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서 받았다고 결론 내리고, 하지만 기술 이전의 시기와 방법은 정확하게 규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예를 들어 북한의 미사일 크기와 모양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옛 소련이 제조한 2단계 고체연료 미사일인 UR-100과 비슷하며 북한의 미사일 엔진은 옛 소련이 1965년 처음 제작한 RD-250 미사일 엔진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 연구진은 북한과 옛 소련 미사일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북한의 미사일은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듯 중국이나 이란 기술을 이전받은 것이 아니라 옛 소련 기술을 재활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북한 미사일과 옛 소련 UR-100 미사일의 유사성이 높지만 북한 화성-15형은 옛 소련 시절 개발만 되고 전면적인 생산은 이뤄지지 않은 또 다른 미사일인 R-37을 복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옛 소련은 지난 1960년대 미국이 개발한 '미니트맨' 미사일에 대적하기 위해 미사일 개발 2개 부서에 신형 미사일 개발 경쟁을 시켜 UR-100을 채택하고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R-37 미사일은 폐기 조치했다.

실러 연구원은 "증거는 없지만 화성-15형은 도난당하거나 암시장에서 팔린 R-37 미사일 기술이나 옛소련 시절 비슷한 미사일에 근거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 않으면 북한의 신형 미사일 조기 개발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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