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계재정의 공돈심리

2018-02-16 (금) 제임스 최 아피스 파이낸셜 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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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일까? 원하는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을때나 원하는 직장에 취직이 되었을때 아니면 간절히 원했던 연인과의 첫 데이트때나 사랑하는 애인과의 첫키스 순간, 혹은 내 아이가 태어났을때나 목표했던 일이 성취되었을때등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속엔 많은 짜릿함의 순간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것 같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지금까지도 우리의 생활속에서 가끔씩 짜릿함을 안겨주는건 역시 “공돈”이 생겼을때다.

책갈피속에서 남편이나 아내가 몰래 숨겨논 비상금을 먼저 발견했을때나 작년에 입었던 옷에서 출처불명의 1백달러 지폐가 나온다던지 오랜만에 나타난 친구가 빌렸던 돈이라며기억도 가물가물한 돈을 갚았을때는 마치 하늘에서 돈복이 떨어진것처럼 감격스럽기까지하다. 그리고 그 감격은 역시 그돈을 다 써버리고 나서야 미묘한 허탈감과 함께 끝이난다.


사람들은 저마다 돈에다 출신성분(?)을 매기고는 서로 다른 가치를 부여하며 차별적으로 사용한다. 환락의 도시인 라스베가스에서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 신혼부부가 첫날밤을치르기전에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기로 하고 천달러만 들고 카지노에 갔다. 얼마후 신혼부부는 가져간 천달러를 모두 잃었지만 즐거웠던 시간에 위안을 삼고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신부가 샤워를 하는 동안 신랑은 아무 생각없이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때 테이블위에 놓인 5달러짜리 칩 하나가 신랑의 눈에 들어왔다. 신부가 기념품으로 가져가자던칩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칩위에 “17”이라는 숫자가 마치 홀로그램처럼 비치는것이 아닌가,신랑은 좋은 징조라고 여기고 신부 몰래 다시 카지노로 향했다. 롤랫게임테이블에 앉은 신랑은 가져온 5달러짜리 칩을 “17”의 숫자위에 걸었다.놀랍게도 구슬은 17에 들어갔고 신랑은 35배의 배당으로 175달러을 챙겼다.

신랑은 또다시 175달러를 모두 17에 걸었고 이번에도 역시 구슬은 17로 들어가 6125달러를 따게 되었다. 이후 신랑은몇번을 거듭한끝에 마침내 75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따게 되었다. 신랑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한번 17에 모든 돈을 걸었다.
그러자 이때 카지노간부가 나와서“저희 카지노엔 더이상 지급할 현금이 없으니 플레이를 그만 하셨으면 좋겠다”고 정중하게 말했다.신랑은 잠시 잊고있던 신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신랑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호텔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순간 신랑은 자신의 행운을 더 시험하고 싶었고 호텔방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더 큰 카지노로 달려가 다시 17에 모든 돈을 올인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구슬은 17에 들어갔고 신랑은 2억6천2백만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거머쥐었다. 신랑은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그러나 신랑은 또한번 시도했다. 신의 장난이었는지 구슬은 결국 18에 떨어졌고 그는 지금까지 벌었던 천문학적인 돈을 한 순간에 다 잃고 말았다.허탈해진 신랑은 호텔방으로 돌아왔고 신부는 어디를 갔었는지 물었다. 신랑은 신부의 질문에 룰렛게임을 했노라고 답했고 결과를 묻는 신부의 질문에 신랑은 “어 괜찮아, 고작 5달러밖에 잃지 않았어”라고 말했다.

여러분의 경우는 어떠한가, 아마 라스베가스에 관광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과욕으로 인해 한번쯤은위의 경우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신랑은 자신이 한때 게임을 통해 벌었던 2억6천2백만달러는 애시당초 없었던 돈이고 단지 자신은 5달러만을 잃었을뿐이라고 생각하는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신랑에겐 심적으로 편할지 모르지만 엄격히 따지자면 그 신랑은 분명 2억6천2백만달러를 잃었다는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처럼 생각지도 않았던 돈에 대해선 쉽게 생각하고 쓰는 경우가 있다. 되찾은 비상금이나 예기치 않은 목돈, 보너스, 하다못해 열심히 모은 곗돈과 은행적립금까지도 찾기전에 일단 소비목록부터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의: (213)272-1780
이메일: jchae@apiis.com

<제임스 최 아피스 파이낸셜 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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