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비마다 신들린 묘기...'황제의 품격' 보여준 화이트

2018-02-14 (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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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金

▶ 3차 결선서 '더블 콕 1440' 성공

8년 만에 ‘스노보드 황제’ 자리를 되찾은 숀 화이트(32·미국)는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압박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을 터였다.

화이트는 1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종점수 97.75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토리노 대회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우승했던 화이트는 8년 만에 올림픽 정상에 복귀하며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소치 대회에서 ‘노 메달’에 그쳤던 굴욕을 깨끗이 씻어낸 경기였다. 스노보드 종목 전체에서 금메달 3개를 따기는 화이트가 역대 최초.

짜릿한 역전극이었다. 결선 진출자 가운데 최고령인 화이트는 이날 결선 1차 시기에서 94.25점을 얻어 1위에 올랐지만 2차 시기에서 착지에 실패해 연기를 마치지 못했다. 그 사이 소치 대회 은메달리스트 히라노 아유무(20·일본)가 2차 시기 95.25점으로 화이트를 밀어냈다. 하지만 화이트는 역시 강했다. 3차 결선에서 승부수를 띄웠고 완벽한 연기로 극적인 뒤집기에 성공했다. 앞서 히라노가 연기를 마치지 못한 가운데 화이트는 심호흡하고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첫 번째 점프부터 공중 네 바퀴 회전에 성공했고 고난도 기술을 연달아 보여준 뒤 마지막 점프에서도 다시 네 바퀴를 돌았다. ‘필살기’인 더블 콕 1440(4바퀴)을 첫 번째와 두 번째 점프에서 연달아 시도한 것이다. 우승을 직감한 화이트는 최종점수를 확인한 뒤 주먹을 치켜들었다. 97.75점은 역대 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 최고 점수였다.


화이트는 인간 승리 드라마도 만들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크게 다쳐 출전조차 불확실했던 화이트는 불굴의 의지로 다시 한 번 정상에 섰다. 그는 네 차례의 미국 대표 선발전 가운데 2차 선발전까지 4위에 머물러 국가대표 탈락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연습 중 넘어져 얼굴과 폐를 크게 다쳤다. 그러나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역대 최고’의 경기로 다시 일어섰다.

화이트는 어린 경쟁자 히라노의 점수(95.25)를 뛰어넘어 금메달을 확정하는 결과가 발표되자 포효했다. 관중석에서도 환호가 터져 나왔고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이어졌다. 믹스트존 안쪽으로 이동해 가족·친지와 마주쳤을 때는 상기된 얼굴로 큰 소리를 내며 그들을 부둥켜안았다.

97.75점은 역사적인 스코어다. 그만큼 연기가 완벽했다는 말이다. 하프파이프는 6명의 심판이 100점 만점으로 채점한 결과에서 최고점과 최저점을 빼고 평균을 내 점수를 매긴다. 화이트의 연기에 최고점을 준 건 슬로베니아 심판으로 99점을 책정했고 오히려 미국 심판이 96점으로 최저점을 줬다. 화이트는 미국에 동계올림픽 역대 100번째 금메달도 안겼다.

히라노에 이어 동메달은 화이트의 라이벌인 스코티 제임스(24·호주·92점)에게 돌아갔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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