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차가 곧 생활의 플랫폼” 진화하는 디지털 콕핏

2018-02-14 (수)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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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장치 비중 날로 커지며, 삼성, 하만과 만든 디지털콕핏

▶ 벤츠, 음성으로 차와 교감하고, BMW는 허공에서 터치·조정

“차가 곧 생활의 플랫폼” 진화하는 디지털 콕핏

지난 1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한 관람객이 머세데스 벤츠의 디지털 콕핏 모형에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를 체험하고 있다.

“차가 곧 생활의 플랫폼” 진화하는 디지털 콕핏

(위에서부터)BMW, 아우디, 레인지로버, 삼성-하만이 개발한 디지털 콕핏.


자동차에서 전자장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어느새 자동차는 완성차 업체들과 정보기술(IT)기기 업체들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전장이 됐다.

실제로 지난달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8’는 이 같은 흐름을 그대로 보여줬다. 엔비디아가 폭스바겐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선언했고, 도요타 역시 자율주행 기능을 필두로 도쿄 올림픽에 앞서 다양한 공유차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기능과 더불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는 바로 디지털 콕핏. 비행기 조종석에서 따 온 콕핏의 어원처럼 차량의 모든 부분에 대한 조작장치들이 디지털화 하면서 운전석에 앉으면 마치 파일럿이 된 듯한 기분이 드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CES 2018’에서 ‘물건’을 내 놨다. 이번 행사에 전시된 수십개의 콕핏 중 단연 주목받은 것은 삼성전자와 하만이 함께 개발한 디지털 콕핏.

삼성이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후 내놓은 첫 작품을 체험하려는 관람객들로 삼성전자 부스는 행사 기간 내내 인산인해를 이뤘다.

운전자석에 위치한 12.3인치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센터페시아와 조수석에 걸쳐 있는 28인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디스플레이는 서로 다른 역할을 보여 줬다.

운전자석에서는 주행에 필요한 속도계와 운행정보, 내비게이션 등이 표시됐고 중앙의 대형 디스플레이에서는 조수석에 앉아 영화감상이나 인터넷 검색이 가능했다.

삼성전자-하만 디지털 콕핏의 핵심은 차가 모든 일상 생활의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 디지털 콕핏에서는 집안의 각 종 전자기기도 작동시킬 수 있다. 삼성전자의 통합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인 ‘스마트싱스’를 이용해 로봇 청소기를 작동시키고 냉장고에 보관된 식재료를 확인할 수도 있다.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장은 “디지털 콕핏을 시작으로 커넥티드카 분야의 혁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머세데스-벤츠는 디지털 콕핏을 통해 운전자와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연결 고리는 음성이다. 이번 CES에서 선보인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의 차량 음성 제어 시스템을 한 차원 더 끌어올렸다.


“헤이, 메르세데스”라고 말하면 차가 반응하고 “24도로 온도 설정”이라는 직접적인 명령어가 아니라 “추워”라는 한 마디에 차가 적정 온도를 찾아 주는 식이다. 차량에 내장된 통합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유행어를 배워 이를 구사하기도 한다. 머세데스 벤츠 관계자는 “기계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는 철학으로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BMW는 자동차의 운전석 공간을 입체적인 교감 통로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이미 신형 5시리즈를 시작으로 손가락 동작 만으로도 오디오 음향을 조절하는 등의 기능을 상용화 한 바 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진화한 기술이 ‘BMW 홀로액티브 터치’다.

기존의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반사의 원리를 이용해 풀 컬러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방식은 동일하다. 하지만 앞 유리창에 투영하는 게 아니라 특정 위치, 즉 공간에 띄운다. 위치는 운전대 옆 또는 센터콘솔 높이로 조작성을 높였다.

운전자는 마치 허공에 위치한 패드에서 손가락으로 정해진 명령어를 표시하면 차는 운전자의 촉각적 반응을 자동으로 인식해 이를 실행한다.

아우디는 기존 계기판을 단순히 디지털화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디지털 계기판 자체가 차량의 모든 정보를 표시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끔 발전시키고 있다.

‘버추얼 콕핏’이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은 주행속도 등의 정보는 물론 내비게이션도 운전대 앞쪽에 위치한 12.3인치의 디스플레이에서 구현한다. 외부 온도나 주행 시간, 각종 경보 신호 역시 표시된다.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항목은 음악, 연락처, 주소 등을 포함해 8가지에 달한다.

레인지로버가 지난해 중형 SUV 벨라를 출시하며 최초로 소개한 터치 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디지털 콕핏의 발전 속도를 제대로 보여준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위치에 탑재된 10.2인치의 터치 스크린 두 대엔 어수선하던 각종 버튼의 기능이 모두 담겼다.

상단 스크린은 내비게이션과 미디어, 전화통화의 3가지 메뉴를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꾸몄다. 에어콘 조작, 내리막길 주행 제어 등 기능도 정전식 터치로 작동시킬 수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량이 외부의 모든 기기들과 연결되는 커넥티드카에서는 시각적인 표시나 작동 방식 역시 디지털화될 수 밖에 없다”면서 “자율주행 기능이 발전하면서 차의 내부가 운전이 아닌 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발전하는 점도 업체 간 디지털 콕핏 경쟁을 가속화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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