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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김정은 남북 정상회담, 건너야 할 5개 장애물

2018-02-13 (화)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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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사 김여정, 문 대통령에 방북 초청 전달…청와대, 회담 ‘여건’ 강조

▶ 북미 대화, 북핵 폐기, 도발 중단, 한미 연합훈련, 한국 여론이 변수

한국시간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1차전 남북단일팀 대 스위스 경기 응원을 마친 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김여정, 김영남 등 북한 대표단과 함께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은 어떤 여건에서, 언제쯤 가능할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정상회담 추진에 공감함으로써 회담 개최를 위해 건너야 할 장애물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10일 청와대를 예방한 자신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방북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했다.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나가자”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 부부장을 비롯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평창 동계 올림픽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의 의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의 분위기·환경이 무르익어야 한다”면서 “북미 대화의 중요성 등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북한 대표단에 “미국과의 대화에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회담의 ‘여건’과 ‘성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상회담 개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건너야 할 허들이 다섯 가지쯤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첫째, 북미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과거와 달리 북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한 축인 미국의 공감 없이 남북 정상이 만나 중대 합의를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미국은 현재 북미 대화보다는 대북 제재에 주력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적 정밀타격을 의미하는 ‘코피(Bloody nose) 작전’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이번에 평창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의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악수도 하지 않고 5분 만에 퇴장한 것은 북미 대화 분위기가 아직 조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풍경이다.

두 번째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중요하다. 이미 6차례 핵실험을 하고, ICBM급 미사일까지 개발한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피하면서 ‘핵 보유국’을 인정 받아 체제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노림수를 갖고 있다.

올해 들어 남북관계 개선에 주력하는 것도 핵 개발을 완성해 핵 보유국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시간 벌기’ 전략이란 분석도 있다. 북한은 핵 폐기 대신에 추가적 핵 개발을 하지 않는 ‘핵 동결’ 카드로 협상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한국과 미국은 핵 폐기가 북핵 문제 해결의 출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북핵 협상의 ‘입구’를 놓고는 미묘한 입장차가 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핵 협상에 앞서 ‘비핵화’ 선언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일각에서는 ‘핵 동결’이나 추가적 도발 중단 등이 대화의 입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서 한·미·일 간의 조율 결과가 주목된다.

세 번째는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도발이 더 있어서는 안 된다. 만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하거나 다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한다면 북미 대화 가능성이 사라질 뿐 아니라 남북 관계도 해빙 무드에서 냉각 국면으로 되돌아간다.

네 번째,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북한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당국이 평창 올림픽으로 연기했던 연합 군사훈련을 4월 이후 재개할 경우 북한이 시비를 걸면서 추가 도발을 시도할 수도 있다.


다섯 번째, 한국의 국내 여론 흐름도 주목해야 한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 추진하는 바람에 국내 보수층에선 ‘햇볕 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대됐다. 요즘엔 비핵화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정상회담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찬반 여론 추이와 6월 지방선거 결과도 회담 성사 여부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장애물들을 모두 잘 넘길 경우 남북 정상회담은 1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일인 6월 15일과 8·15 광복절, 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일인 10월 4일 사이에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대화에 조속히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정상회담이 내년 상반기로 연기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대북 특사’ 파견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여건 조성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을 당부하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도 여기에 동조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정상회담은 이적 행위”라면서 북핵 문제 해결 없는 정상회담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른미래당도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여당에 대립각을 세웠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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