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송년회 춤 강요 신체밀착·노래방서도 “슬쩍”

2018-02-07 (수) 12:00:00 김철수 기자
크게 작게

▶ 회식자리 성적 농담·스킨십 여전

▶ 동부지역 단체장 성추행 의혹 사직도

LA의 한 한인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회원 김모씨는 지난 연말 송년 행사에서 이 단체의 회장이 술에 만취해 억지로 춤을 강요하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불쾌한 경험을 했다. 특히 부부동반 모임으로 가진 그날 행사에서 김씨의 배우자도 행사장에 함께 있다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성과 춤을 추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행사장을 떠나버렸다.

김씨의 남편은 “점잖은 연말 파티인줄 알고 아내와 한껏 멋을 부리고 참석했는데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와 밀착해 춤을 추는 모습에 참기 힘들어 그냥 집에 왔다”며 “아내 얼굴도 있고 그냥 넘어 갔는데 성추행으로 고소할까 고민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최근 회식을 가진 한 한인 회사도 2차로 간 노래방에서 일부 여직원들이 성희롱 이슈를 제기해 큰 곤욕을 치렀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다들 취해 노래방에 갔는데 남자 직원들이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여성 직원들과 원치않는 스킨십이 생겨 여직원들이 다음날 문제를 제기했다”며 “가까스로 사태가 일단락은 됐지만 단합을 위해 마련한 자리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을 뻔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성희롱·추행 등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미투’(ME TOO)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인사회 내 단체 및 기업 등에서도 여전히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나 행동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돌연 사직서를 제출한 미 동부지역 한인 단체의 회장의 사임 이유가 성추행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미국 내 한인사회도 미투 캠페인의 영향권에 들게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LA 한인사회에서 이같은 성희롱이나 성추행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이 문제에 대한 한인 남성들의 안이한 인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여전히 한국식 회식자리 등이 자주 열리고 있는 것도 문제가 확산되는 온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영향력이 있는 일부 단체장이나 사업주들이 여성 회원들이나 직원들에게 ‘배려나 지원’을 이유로 성적인 농담이나 스킨십을 자연스러운 행동처럼 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노동법 변호사는 “회식자리에서 젊은 여직원을 나이든 간부 옆에 앉게 하는 것도 성희롱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일부 단체장들이 돈과 권력을 내세우며 여성 회원들에게 폭언을 하거나 스킨십을 하는 것은 명백한 성범죄로 형사소송까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노동법 변호사들은 한인타운 회사들 대부분의 회식이 강제성을 띄고 있다는 점과 간단한 저녁식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노래방으로 연결되는 것도 직장내 성희롱 및 성추행 논란 증가와 큰 연관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변호사는 “일단 과음을 하게 되면 자제력을 잃게 되고 회식 자리가 노래방으로 이어질 경우 자칫 상대방이 원치 않은 접촉을 할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며 “결국 직원들을 강제적으로 참석시키고 술잔을 돌리는 한국식 회식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직장내 성희롱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직장 및 회식자리에서 남자직원들 간의 외설적인 농담, 그리고 부하직원이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는 것, 외설적인 사진이나 잡지를 보여주는 것 모두 성희롱에 포함된다”며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성희롱이나 성추행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가능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언행을 삼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철수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