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장님이 안아달래” “생리도 못 참냐”
▶ 청양고추 건배… 한국서도 ‘미투’ 봇물
한국에서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에서 겪은 성추행을 폭로한 이후 각계에서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면서 자신도 성폭력이나 성추행·희롱 피해를 당했다는 폭로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오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글을 남길 수 있는 앱인 ‘블라인드’가 서지현 검사 폭로 나흘만인 지난 1일 ‘미투’ 게시판을 개설했는데 여기에 하루만에 수백개의 성토성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는 직장명까지 공개하고 있는데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회장의 행동을 문제삼은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사례들
이 게시판에는 입사 면접 등 직장 내 성희롱과 회식자리 일화, 대기업 회장의 불미스런 행동 등 다양한 고발 사례들이 올라왔다.
유명 기업 면접자리에서 성희롱을 당했다는 한 여성은 “면접관으로부터 회장님은 노는 여자, 야한 여자를 좋아하니까 2차 면접에서는 복장이 단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썼다.
한 이용자는 “스타킹 신고 다니면 다리가 예뻐서 만져보고 싶단 얘기를 들었다”며 “내가 떡하니 있는데도 뒤에서 음담패설을 하고 야동 얘기를 하더라”고 털어놨다.
같이 출장 간 상사에게 “오빠 심심하다. 오빠랑 스트립바 갈까? 옆에 여자가 있어야 재밌다”는 문자를 받았다거나, 좋아하는 선배를 모텔에 데려다 주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경험담도 있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전날 ‘생리 참아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수습기간 오전에 생리가 터져서 버티다 생리대를 숨겨서 들고 가니 그런 건 좀 참았다가 이따 할 수 있지 않냐는 말을 들었다”며 경험을 털어놨다.
■대기업들도 도마
금호 아시아나 게시판에는 박삼구 회장이 승무원 격려 행사에서 ‘안아달라’는 요구를 하는 등 성희롱성 행동을 지적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박 회장은 매달 첫째주 목요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당일 비행을 앞둔 승무원 등을 격려하는 행사를 하는데, 이에 대한 글의 대부분은 박 회장의 악수·포옹·반말 등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내용이다.
한 직원은 “박삼구 회장님이 본사에 올라오면 강제로 선발된 여직원이 팔짱을 끼고 아부를 해야 한다”며 “그 가운데 데면데면한 여직원이 있어 회장님이 ‘너는 나 안 안아주냐’며 강제추행을 했다”고 썼다.
“예쁜 승무원들을 세워놓고 선물 만들어서 드리는 게 어떠냐, 먼저 달려가서 안아드려라, 이렇게 하는 게 진짜 말이 되나” “블라인드에서만이 아니라 꼭 행동으로 보여줘 더 쁨조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했으면 좋겠다” 등의 글들도 올라왔다.
현대차 그룹 게시판에도 “계열사 사장이 회식 자리에서 다들 (청양고추에) 장을 찍어주시고 제가 ‘고추’라고 하면 ‘원샷’을 외치면서 먹어달라고 했다. ‘19금(19일 금요일)엔 2차 가야지’라고도 말했다”는 글도 있었다.
한국전력공사 직원은 “신입 때 회식 중 부장님께 ‘고기 좋아하느냐’고 여쭤봤는데 손을 잡으면서 ‘나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아직도 그 얼굴이 생각나 소름끼친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 금호 아시아나 관계자는 “‘안아달라’는 말은 사실무근으로, 익명을 가장해 잘못 전해진 것”이라며 “회장님이 직원들을 아끼는 마음에서 새벽에 격려방문을 하는 것으로 승무원들도 강제 선발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청양고추 건배사로 지목된 현대 계열사 측은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청양고추를 먹으면서 극복하자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국회의원도 ‘미투’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도 자신이 변호사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검사장 출신의 로펌 대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13년 전의 일”이라며 “그 당시로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검사장 출신의 로펌 대표와 제가 갈등을 빚어서 향후 취업 시장에서 어떤 이득을 볼까(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피해를 털어놓을 수 없었던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도 그분은 계속 전화를 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