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빅터 차 주한미대사 낙마 배경과 전망
▶ 아그레망 받고 지명 철회 ‘사상 초유사태’

브루스 클링너 / 존 볼턴 / 마크 내퍼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주한 미국 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도중 낙마한 사태(본보 1월31일자 보도)는 외교가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대국의 아그레망(임명동의) 절차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지명이 철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사실상 초유의 일이라는 풀이다.
빅터 차 내정자에 대한 지명철회 배경에 대북 선제공격을 둘러싼 이견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자 워싱턴에선 “후임으로 더한 강경파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며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배경과 의미는
특히 지난달 30일 낙마 소식이 전해진 지 몇 시간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안주와 양보는 단지 침략과 도발을 불러들일 뿐”이라고 대북 강경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이러한 관측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는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국정연설에서 평소의 위협적 레토릭(수사)을 쓰진 않았지만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며 “더욱이 대북 선제공격에 대한 해법을 둘러싼 입장차로 차 전 내정자가 지명 철회됐다는 사실은 대북 공격에 준비돼 있지 않은 인사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주한 미 대사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아그레망(임명동의) 절차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지명이 철회된 이례적인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공격을 얼마나 심각하게 검토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 내정자의 낙마는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대북 정책이 더욱 강경 일변도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빅터 차 내정자는 그간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 중에 강경파로 분류돼 왔는데, 그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성에 차지 않는다면 더욱 강경한 성향의 매파 인물을 주한 대사로 선호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차 전 내정자도 안된다면 어떤 사람이 적임이라는 건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차 전 내정자보다 더 매파인 인사를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석 장기화되나
빅터 차 내정자 지명 철회로 주한 미국대사의 공석이 1년을 넘기고 있다. 직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마지막 주한 대사였던 마크 리퍼트 전 대사가 작년 1월20일 이임했기 때문이다. 빅터 차 석좌가 낙마하면서 새 대사 후보 내정, 아그레망, 상원 인준절차 등을 감안하면 대사 공석 기간은 얼마나 더 길어질지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주한 미대사관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광복 이후 1949년 4월 초대 주한 미국대사로 존 조셉 무초 대사가 부임한 것을 시작으로 총 22명의 주한 미 대사가 거쳐 가는 동안 전임 대사와 후임 대사 사이의 공백기는 보통 2개월 미만이거나 조금 긴 경우 5∼6개월, 가장 길게는 약 10개월이었다. 이에 따라 이번이 최장 공백기로 기록되게 됐다.
이와 관련 CNN은 “북미 간 핵 충돌 우려가 고조되는 이때 중차대한 주한 미 대사 자리를 비워두는 것은 여러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당혹스러운 조치”라며 “미국의 안보이익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후임 물망은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주한 미 대사로 누구를 낙점할 지도 관심사다. 한반도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북 강경파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과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등이 가능성 있는 인물들이다. 또 현재 주한 미국 대사관을 이끌고 있는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도 후보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린지 월터스 백악관 대변인은 31일 주한 미 대사 후임 선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