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인 은행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타주에서 원정온 갱 단원들이 남가주 지역 한인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나오는 고객들을 노리는 이른바 ‘뱅크 저깅’ 강·절도를 저지르는 사건(본보 20일자 보도)이 잇달아 발생한 데 이어 LA 한인타운 한복판에 있는 한인 은행 지점에서 은행강도가 현금을 요구해 강탈해가는 사건(본보 30일자 보도)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한인 은행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은행 측의 잘못은 아니다. 미국에서 은행강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주 발생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한인 은행들이 피해자가 됐을 뿐이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면서 고객들이 주의를 할 수 있도록 대처하고 보안 강화와 예방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는 게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무조건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해당 은행 관계자들의 대처는 아쉬운 감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했다.
뱅크 호프 윌셔지점에 은행강도가 들었던 지난 29일 기자는 점심시간에 윌셔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걸어서 사무실로 복귀하던 중 이 지점 앞을 지나다가 경찰이 모여 있는 것을 목격하고 사건임을 직감해 취재에 들어갔다.
그런데 당시 현장에 나와 있던 이 은행의 홍보 담당자는 본보 취재진의 상황 설명 요청에 “알려줄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에 더해 “누가 제보를 해서 왔느냐”고 캐묻는가 하면 “(기자들이) 여기 이렇게 있으면 사람들이 몰리니 돌아가 달라”고까지 했다.
당시 이 지점은 당국의 수사 때문에 3시간여 동안 임시 폐쇄돼 이곳을 찾은 고객들이 영문도 모른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고객들의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당일 사건에 대해 정확한 설명과 함께 대책 마련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은행 측은 불편을 겪은 이 지점 고객들은 물론 한인 은행들을 이용하는 한인들 전체의 알 권리를 위해 취재에 나선 취재진을 상대로 쉬쉬하기에 급급했다.
미국내 한인 은행들의 한인사회 경제를 자양분 삼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최대 규모인 뱅크 오브 호프는 자산 140억 달러를 돌파하며 주류사회를 넘보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은행 관계자들의 자세와 의식은 여전히 동네 은행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느꼈다면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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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