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 내역 안밝혀 후원자들 허탈감, 회계장부도 없이 주먹구구식 지출
▶ (2)“우리가 낸 돈은 어디에”
시리즈 차례
(1) 비영리단체 운영 엉망
(2)“우리가 낸 돈은 어디에”
(3) 비영리 자선단체 규정은
(4) 전문가 진단
한인사회 비영리단체들의 문제점은 미국법이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는 비영리 및 자선 단체 자격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서 출발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 단체들이 예산이나 기부금 사용 내역을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데 있다.
한인사회의 여러 비영리단체들이 매년 이웃돕기 등 공익 목적을 들어 기금이나 성금을 모금하고 있고, 성공한 한인 인사들이 개인적으로 설립한 자선 재단들도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또는 한인사회를 위하는 마음으로 한인들이 낸 기부금이나 한인 커뮤니티의 이름을 내걸고 정부기관이나 기업들로부터 받은 지원금이 제대로 사용이 되고 있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공개 안 하니 못 믿어
지난해 LA 한인사회의 한 기업인이 운영하는 자선재단의 행사에 참석해 기부금을 낸 한인 김모씨는 올해도 이 행사에 초청을 받았지만 참석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자신이 낸 기부금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였는지 알고 싶지만 도대체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 재단의 설립자가 단체 운영 비용을 모두 자기 사재를 털어 충당하면서 모금으로 들어오는 기부금은 전액을 자선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좋은 평판은 들었지만, 그 내역이 공개가 되지 않으니 믿을 수가 없다는 마음이 생긴다”며 “남의 돈을 받아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면 언제 누구에게 얼마가 들어왔고, 그 모은 돈을 어떻게 누구를 돕기 위해 썼는 지를 상세히 공개해야 신뢰가 생길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용 사례도 많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부금 사용 내역이 외부로 상세히 공개되지 않는 단체의 경우 모인 돈이 단체 운영 비용으로 흥청망청 낭비되거나 아니면 단체 관계자들의 사익 추구에 쓰이는 건 아닌지 의심을 하는 기부자들도 생기고, 한인 단체는 믿을 수 없으니 기부하지 않겠다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인사회에서는 비영리단체나 자선단체를 표방한 단체의 관계자들이 기부금이나 지원금 등을 모아 흥청망청 사용하다 문제가 되고 회계 관리가 주먹구구 식으로 이뤄지면서 공금이 탕진돼 법적 소송이나 당국의 수사까지 받는 상황들이 발생해왔다.
한 청소년 봉사단체는 수 년 전 한인 학부모들이 낸 상당액의 기부금과 후원금이 증발된 사실이 드러나 큰 파장이 일었고, 이 사태로 당시 대표가 공금 유용 의혹을 받고 자진사퇴하기도 했다.
■인건비 과다도 문제
비영리단체나 자선 단체의 경우 공금의 사용 내역이 낱낱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자선이나 공익 목적은 뒤로 한 채 단체 운영자나 직원들의 인건비 및 운영비에 기금의 상당 부분을 낭비해버리는 사례들도 있다.
한 한인 비영리단체의 경우 몇 년 전 세금보고 자료 조사 결과 몇 십만 달러 규모의 이 단체 1년 예산의 거의 40% 정도가 단체 대표의 연봉으로 지출된 것으로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자선단체 평가기관 ‘채러티 내비게이터’는 모금액의 33% 이상을 인건비 등 간접 비용으로 지출하는 단체들의 경우 비영리 또는 자선단체로서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르면 연 29억 달러의 자선기금을 모금하는 미 적십자사의 경우 이같은 간접비 지출 비중이 전체의 5%에 불과하고, 총재 연봉이 55만 달러의 수준이다.
그런데 연간 예산이 수백만 달러 규모인데도 대표 연봉으로 30만 달러 이상이 지급된 한인 비영리단체도 있었다. 기금이나 예산 규모가 100배 안팎의 차이인데 대표 연봉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책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비영리단체 운영 전문가들은 ‘공적 마인드 부족’과 ‘재정 불투명성’에서 문제를 찾고 있다. 이 관계자는 “투명한 재정시스템을 갖추면 한인 단체 분규나 비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모든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는 투명성 확보”라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비영리단체들의 경우 자체 웹사이트 등을 통해 매년 연례 재정보고서를 발간해 구체적인 수입과 지출 내역을 공개하고 있고, 이사회를 거치는 대표의 연봉 조정 과정까지 공개하고 있다.
또 기부금을 낸 후원자들이 요구할 경우 개인적으로 재정보고서와 기부금 사용 내역을 보내주는 단체들도 있다.
이와 관련 기부자 김씨는 “언론을 통해 공개 자료를 내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모든 한인 단체들이 투명한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할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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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