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에게 알려줘야 할 일

2018-01-26 (금) 박유진 유산상속법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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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알려줘야 할 일

박유진 유산상속법 전문 변호사

고객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의 하나가 “리빙 트러스트를 만든 것을 자녀에게 알려야 할까요?”이다.

정답은 없다. 가족 상황에 따라 다르기 마련인데, 필자는 적어도 어느 변호사를 통해 리빙 트러스트를 했는지 정도는 알리라고 이야기한다. 즉 재산을 얼마 가지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더라도 부모 사후 어떻게 상속을 집행해야 할지 누구에게 물어볼지 정도는 자녀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갑작스런 부모의 사망을 겪게 되는 경우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하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많은 경우 자녀들은 부모의 사후, 행정적인 처리를 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일례로 고객이 사망한 뒤 자녀가 부모의 재산관련 서류를 상자에 가득 담아 가지고 온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낡은 차용증부터 현재 통장 잔고서까지 각종 서류를 상자에 담아온 자녀는 자신은 도저히 시간도 없고 한국어도 읽을 수도 없으니 행정적인 처리를 변호사 사무실에 다 맡기고 싶다고 했다.

그 자녀처럼 부모가 한국어로 작성한 재정관련 서류를 영어권 자녀가 이해를 못한 경우도 허다했다. 특히 차용증처럼 법적구속력이 있는 서류를 대충 적은 경우 내용을 파악하기도 힘들 뿐더러 빚 변제를 집행하기도 힘들다.

부모 생전 지인에게 돈을 빌려준 후 한국어로 “김 집사에게 몇월 몇일에 1만달러를 빌려줌”이라고 쓴 차용증을 가지고 자녀가 어떻게 돈을 변제받을 수 있겠는가? 김 집사가 누군지도 모를뿐더러 부모생전 그 돈을 김 집사가 얼마를 갚았는지 이자율은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결국 그 차용증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대부분 자녀는 부모의 현재 수입이 얼마인지, 통장잔고는 얼마인지, 모기지 융자는 얼마 남았는지, 부동산 관리는 누가 대신 해주는지, 집/화재 보험의 에이전트는 누구인지, 부모가 돈을 누구에게 차용해 준적이 있는지, 제3자에게 투자하라고 맡겨둔 돈이 있는지 등등 전혀 알지 못할 경우가 태반이다.

결국 질문은 지금 자녀에게 현재 재산이 얼마 있느냐를 알려줘야 할지가 아니고 본인 스스로 재정에 대해 얼마만큼 정리를 해놓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즉 갑작스러운 변고가 있을지라도 자녀가 누구에게서 혹은 어떤 서류를 통해 부모의 재정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찾아볼 수 있는 지에 더 중점을 둬야한다.

고객들에게 종종 재산목록을 정리해서 리빙 트러스트 서류에 같이 넣어놓으라고 알려드린다.


리빙 트러스트를 작성함으로써 재산목차 정리가 다 됐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데, 리빙 트러스트에 들어가는 서류는 대부분 재산 중 ‘자산’ 즉 채권을 포함한 에셋(asset)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즉 부모가 현재 소유 혹은 명의를 가지고 있는 재산, 부모가 빌려준 돈 혹은 받아야 할 돈(채권)에 대해서 리빙 트러스트에 명시하지만 부모가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 빚 등등 가지고 있는 채무와 매달 나가는 비용 등에 대한 사항은 빠지게 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각종 고지서와 명세서들을 다 복사해서 리빙 트러스트 서류에 같이 끼워놓은 것이다. 더 시간을 쏟는다면 목차를 만들고 그때그때마다 업데이트를 해도 좋다.

물론 자산의 변동이 있는 경우 리빙 트러스트로 제대로 명의이전 혹은 수혜자 설정을 하기위해 변호사에게도 꼭 알려야한다. 손으로 새로 산 부동산을 목차에 적어놓고 실제 명의를 리빙 트러스트로 옮기지 않으면 결국 상속법원으로 그 부동산이 회부됨을 기억해야한다.

내가 얼마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정보만큼 그 재산을 어떻게 잘 물려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자녀와 나누길 바란다.

(213)380-9010, (714)523-9010

www.parklaws.com

<박유진 유산상속법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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