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치와 ‘로힝야족’ 설전후 미얀마 라카인州 자문위 활동중단 선언

인터뷰하는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AP=연합뉴스]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를 방치한다는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가 자신이 자문위원으로 임명했던 전직 미국 고위 외교관리와 설전을 벌여 논란을 빚고 있다.
로힝야족 사태를 포함한 라카인주 문제 해결을 위해 수치가 구성한 국제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온 빌 리처드슨은 25일(한국시간 기준) 양곤에서 AP,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하면서 로힝야족 '인종청소'에 관한 수치의 현실 인식에 매우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지냈고 이후 뉴멕시코주 주지사로 활동한 리처드슨은 "그녀는 마치 국제사회가 합세해 미얀마를 공격한다고 여기는데, 나는 그녀가 틀렸다고 믿는다. 수치에게는 도덕적 리더십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수치는 지난 2016년 8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문제를 포함한 서부 라카인주 분쟁의 장기적 해법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국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주도권을 맡겼다.
리처드슨 전 대사가 동참한 이 위원회는 6개월여 활동 끝에 지난해 3월 로힝야족 난민촌 폐쇄와 자유 보장, 경제 재건 등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런 와중에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도발과 미얀마군의 대대적인 반군 토벌로 라카인주에서는 사상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유엔은 미얀마군이 토벌 작전을 빌미로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인종청소'를 자행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국제조사단을 파견키로 했지만, 미얀마는 난민과 국제사회의 주장이 거짓 증언에 기반을 둔 가짜뉴스라며 조사를 거부했다.
특히 수치는 65만 명이 넘는 국경 이탈 난민의 안전한 귀환을 위한 국제사회의 제안을 일축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안보다 위원회가 제시한 장기적 해법을 이행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 리처드슨 전 대사는 "자문위원회는 미얀마 정부를 위해 (불편한 진실을) 가리는 조직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면서 "더는 이 조직에 몸담지 않으려 한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미얀마에는 인권침해와 안전, 시민권, 평화와 안정 등에 관한 심각한 문제들이 많다. 이에 관한 나의 조언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그는 로힝야족 사태를 취재해오던 중 미얀마 당국에 체포돼 재판대에 선 2명의 로이터 통신 기자들을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는 자신의 요구에 대해 수치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면서 "매우 불쾌하고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 얘기를 꺼내자 그녀는 거의 폭발 상태였다. 그녀는 (기자 체포에) 공직비밀법 위반 문제가 있으며 자문위원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도 했다. 우리는 격론을 벌였다"고 상황을 전했다.
리처드슨을 포함한 자문위원단은 최근 미얀마 정부의 초청을 받아 로힝야족 난민 송환 준비가 한창인 미얀마-방글라 국경지대를 방문했다.
그러나 자문위원단의 방문 일정에 라카인주 지도자나 이슬람교도 면담은 없었으며, 로힝야족 난민촌 방문 일정도 들어 있지 않았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방문 일정은 마치 대형 기념촬영 행사 같았다. 나는 그런 행사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며 "난민 송환 이전에 인권 보장과 시민권 부여 등에 대한 약속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건 없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