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회전 진출에 만족할 수 없다”

2018-01-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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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 메드베데프에 7-6, 6-1, 6-1… 생애 메이저 최고성적 타이

▶ 한 살 어린 세계 4위의 강호 즈베레프와 16강 티켓 놓고 격돌

“3회전 진출에 만족할 수 없다”

정현이 호주오픈 3회전에 오르는 승리를 따낸 뒤 기뻐하고 있다. [AP]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세계랭킹 58위)이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호주오픈 3회전에 진출했다.

정현은 1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나흘째 남자단식 2회전에서 다닐 메드베데프(53위·러시아)를 3-0(7-6, 6-1, 6-1)으로 물리쳤다. 지난해 6월 프렌치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3회전(32강)에 올랐던 정현은 이날 승리로 자신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과 타이를 이뤘다. 3회전 진출로 15만 호주달러의 상금을 확보한 정현은 3회전에서 세계랭킹 4위의 강호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와 16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1997년생으로 정현보다 한 살 어린 즈베레프는 정현이 1회전에서 꺾은 미샤 즈베레프(35위·독일)의 동생이다.

정현과 즈베레프는 주니어 시절에는 즈베레프가 두 번 만나 모두 이겼으나 성인 무대에서는 지난해 한 차례 맞붙어 정현이 2-0(6-1, 6-4)으로 완승을 거둔 바 있다. 만약 정현이 즈베레프마저 꺾고 4라운드(16강)에 오르면 이형택(42·은퇴)이 지난 2000년과 2007년 US오픈에서 달성한 한국 선수 메이저 단식 최고 성적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이형택에 앞서서는 이덕희(65·은퇴)가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16강에 오른 사례가 있다.


이날 정현의 상대 메드베데프는 지난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시드니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하는 등 최근 8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던 선수였다. 하지만 정현은 메드베테프를 상대로 지난해 11월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4강에서 싸워 승리하는 등 주니어시절 포함, 2전 2승을 따낸 자신감이 있었다.

이날 1세트는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으로 펼쳐졌다. 두 선수 모두 서브게임을 놓치지 않아 타이브레이크에 들어갔고 타이브레이크에서도 4-4까지 서로 서브 때 실점하지 않는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때 정현에게 행운이 따랐다. 메드베데프의 서브에서 정현의 포어핸드 리턴이 네트를 맞고 넘어갔고, 메드베데프가 황급히 달려와 라켓을 내밀었지만 볼이 네트에 걸리면서 정현의 포인트가 됐다. 어쩌면 이날 승부를 정현쪽으로 기울게 한 포인트였다. 5-4로 한 걸음 앞선 상황에서 서브권을 가져온 정현은 두 차례 자신의 서브를 모두 포인트로 연결하며 7-4로 1세트를 가져왔다.

여기서 기세가 오른 정현은 2세트 들어 다운-더-라인과 크로스코트 샷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메드베테프를 몰아치며 확실하게 승기를 잡아나갔다. 상대의 첫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게임스코어 3-0으로 달아난 정현은 4-1에서 다시 한 번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고 결국 6-1로 가볍게 2세트도 따냈다. 메드베데프는 수시로 라켓을 지팡이처럼 땅에 짚고 숨을 몰아쉬는 등 체력적으로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

체력이 떨어진 메드베데프는 1세트에만 8개를 몰아친 서브 에이스 수도 2세트 1개, 3세트 3개로 줄어들었고 2세트 이후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했다. 3세트에선 자신의 서브였던 첫 번째 게임을 따냈을 뿐 이후 내리 6게임을 정현에 내주고 1시간 57분 만에 패배가 확정됐다.

정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가 이 대회 3회전에 오른 것이 처음이라는 사실은 몰랐다”며 “큰 대회에 3회전까지 진출해 기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오늘은 상대가 일찍 지친 모습을 보여 경기를 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아직 대회가 끝난 것이 아니므로 더 집중해서 다음 경기에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체력 부담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힘들기는 했어도 날씨도 좋고, 이렇게 큰 대회에서 뛸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게 생각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현은 외국 기자로부터 올림픽 남북 공동 입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좋은 질문이지만 제가 그런 것까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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