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상화폐 투자자들, 요동치는 시세에 분노장애 호소

2018-01-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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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시장과 달리 급등락 막을 장치 없어

▶ “흙수저 탈출 도구로 너무 기대한 탓”

가상화폐 투자자들, 요동치는 시세에 분노장애 호소

이달 15일(한국시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에 게시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시세. <연합>

가상화폐 시세가 요동치면서 투자자들이 우울증과 분노장애 등을 호소하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시세는 이달 17일(한국시간) 하루 만에 전날보다 30% 가까이 급락했고, 18일에도 다시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관련 커뮤니티에는 실망하거나 좌절한 투자자들이 자조적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글이나 폭력 성향을 드러내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갤러리’ 게시판에는 “수저 한번 바꿔보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일주일 만에 1년 연봉을 날렸다”며 “우울한 마음에 노트북 모니터를 깼는데 정신을 차리니 ‘이 돈이라도 아껴야 했는데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이용자들도 “1,000만원을 잃었다. 알바비가 새로 들어올 때까지 밥 사 먹을 돈도 없어 우울하다”거나 “학식(대학생)인데 월세금까지 날렸다.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며 우울증을 호소했다. 어느 이용자는 “코인판이 사실상 투기였으니 정부가 규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는 생각한다”면서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도 답이 없기에 인생역전까지도 안 바라고 치킨 한 마리라도 마음 편히 시켜 먹고 싶어 시작했는데 (이렇게 폭락하니) 코인판 자체가 20∼30대 삶의 애환이 담긴 것 같아 씁쓸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서술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의 경우에는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서킷브레이커(주식매매 일시정지)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정지) 등 과열을 막을 제도가 있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이런 장치가 전무하다.

이 때문에 짧은 시간에 시세가 오르락내리락하게 마련이고, 투자자들은 이 때 마치 조울증과 같은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다른 가상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아이디 ‘참***’은 “화장실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반등하기에 ‘하락장에 날린 것 모두 복구했다’고 들떴는데 화장실에 다녀오니 시세가 지옥행이라 급격히 우울해졌다”고 털어놨다.

아이디 ‘sil*****’은 “가상화폐가 폭등·폭락하는 꿈을 꾸고 깨자마자 거래소 앱을 켠다. 일도 손에 안 잡힌다”며 자신이 코인 중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디 ‘손절과****’는 “콘돔이 가상화폐 ‘퀀텀’으로 들리고, 축구 게임을 하다가 리플(리플레이) 보라는 말에 가상화폐 ‘리플’ 가격이 올랐냐보다 하고 시세를 확인했다”며 “가상화폐 중독이 맞는 것 같다”고 장난스레 호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가상화폐 우울증·중독 현상이 나타난 이유로, 젊은 층이 가상화폐에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했던 데다 정부의 규제 때문에 그게 좌절됐다고 인식했다는 점을 들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흙수저 탈출 도구’로 너무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규제가 들어오고 폭락이 이어지자 이것 또한 안 된다는 패배감과 좌절감에 빠진 것”이라며 “여기에 가상화폐로 돈을 번 사람들과 비교하며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이렇게 막막해지면 좌절감과 불안감, 우울증이 이어지고 심하면 자살까지 갈 위험성도 있다”며 “주변에 가상화폐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있으면 비난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인생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다독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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